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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1월
평점 :
1848년 12월 2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흑인 ‘예속 피해자(노예)‘ 부부 엘린과 윌리엄은 목숨을 건 여행을 시작한다. 백인 아버지와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엘렌은 흰 피부를 물려받았기에 백인 ’예속 가해자(노예주)‘로, 윌리엄은 충실한 예속 피해자를 연기하며 자유주 북부를 거쳐 캐나다로 탈출할 계획이다. 이들의 계획은 엘렌이 장애를 가진 백인 ‘남성’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엘렌은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병약한 청년이 되어, 뺨에는 습자포를 붙이고 오른팔에는 붕대를 감아 장애가 있는 것처럼 꾸민다. 그렇게 남편과 아내는 주인과 노예가 되어 기차, 역마차, 배를 갈아타며 1600km를 횡단한다.
마침내 도착한 북부 자유주 필라델피아에서 엘렌과 윌리엄은 삶의 새로운 국면에 부딪힌다. 당시 미국은 노예제 폐지, 확장되는 국토와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의 프레임을 전복하고 탈출에 성공한 엘렌과 윌리엄은 마치 미래의 상징과도 같았다. 부부는 안전한 캐나다로의 이주 계획은 연기하고, 북부를 돌며 노예제의 참상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로 결심하며 보스턴으로 향한다.
여러 강연을 통해 엘렌과 윌리엄의 이야기는 남부까지 퍼져 나간다. 분노한 엘렌의 예속 가해자는 단지 예속 피해자를 반환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녀의 탈출이 다른 예속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노예 사냥꾼을 보스턴으로 보낸다. 당시 남부의 예속 가해자들은 노예제가 무너진다면 사회 질서와 미연방의 유지가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의 물결은 엘렌과 윌리엄을 지켜냈으며, 부부는 정식으로 기독교식으로 결혼한 뒤 더 큰 꿈을 꾸며 영국으로 이주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속 피해자의 탈출 이야기가 아니다. 계급과 성별을 뛰어넘은 전복의 이야기이며, 목표를 이룬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전파하는 성장의 이야기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노력하지만 주변의 의심과 모함에 응전하는 도전의 이야기이며, 그럼에도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이겨내는 구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너무나 미국적인 이야기를 한국계 미국인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세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이 글은 피카 @fika_books_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