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과 토론 시간에 나온 질문이다.

사실 내가 궁금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은근히 던져본 것이지만..

성진이는 물건과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유는 자신은 레고를 가장 좋아하는데 레고가 재미를 주고, 같이 놀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성이는 무생물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친구가 되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무생물과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들이 인형과 대화를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지만,

수성이는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주고받는, 일종의 상상이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쉽게 책이나 인형, 또는 컴퓨터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의 조건은 무엇일까?

 

'레고와 친구가 될 수 있다' 라는성진이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조건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어쩌면 레고는 놀이로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책도 이야기로 말을 걸고, 인형의 형상도 나름대로의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

인도의 유명한 시인 루미는 "목마른 사람만 물을 찾는 것은 아니다. 물도 목마른 사람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우리에게 정말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히피드림~ 2005-10-02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가 생각나네요.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무인도에서 보낸 몇년동안 소중한 친구가 되었었죠.^^

hyunear 2005-10-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punk님~~ 아직 집단장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렇게 방문해 주시니 고맙네요~^^ 종종 들려주세요~~ㅋㅋㅋ

비로그인 2005-10-0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집단장~~ 이쁜 이미지 사진부터 장만하시지요 ^-^

hyunear 2005-10-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서재에 왜 이미지 사진을 올리나~ 썰~~~렁 --::

비로그인 2005-10-0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썰렁해!!!! ㅋㅋㅋㅋ 이미지샘한테 일러야지~ ^-^)/
 

오랜만에 토요일 마지막 수업이 휴강되었다.

나에게는 쉽게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내 발길은 집으로 곧장 닿지 않고, 부천역에 내려졌다.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에 가면 마음이 참 편하다.

나를 보는 사람도 없고,  그러한 편안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쇼핑을 오래하면 몸의 에너지가 모두 방전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가는 길에 옷가게나 악세사리 파는 곳이 많이 있으면

한참 들여다 보다가 미식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점을 돌아보는 것이 일종의 쇼핑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서점에 가면 내가 "채워지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우리가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과

**(기억이 안남)의 <제발 조용히 좀 해줘요>라는 책을 두권 샀다.

오랜만에 사는 책이라 더 기대가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10-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에 70번 버스를 타고 본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엄마와 아들이 잔득 짐을 들고, 앞뒤로 나란히 앉아있다.

먼저 엄마의 약간 돌출된 구강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도 엄마의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다음으로 컷트를 친 엄마의 가르마를  타고 살짝 뜬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들에게도 똑같이 생긴 가르마에 살짝 뜬 머리카락이 있었다.

엄마의 가늘고 뾰족한 턱, 아들의 가늘고 뾰족한 턱.

엄마의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 아들의 마른 몸.

자식은 부모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물려받는다.

심지어 가르마를 타고 머리가 몇가닥 뜨는 것 까지도...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부모를 닮지 않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내 경우인지는 몰라도..)

하지만 부모의 싫어하는 모습을 유난히 많이 닮아가는 것도

부모 자식간의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얼마만큼의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게 워낙 타고난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러한 믿음이 없는게 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학문의 즐거움 (반양장)
히로니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1992년 12월
구판절판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창조의 기쁨 중의 하나는 자기 속에 잠자고 있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재능이나
자질을 찾아내는 기쁨, 즉 시로운 나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기쁨이라고 말하고 싶다...

창조해 내기까지는 그 이전에 '배운다'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22쪽

한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이러한 역경에 처했을 떄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 하는 데서 나타난다. -30쪽

결과적으로, 배우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많이 배우고 많이 잊어버리고,
다시 많이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46쪽

사람마다 생각하는 유형이 다른데, 그 유형에는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리는 형과 오랫동안 시간을 갖는 형이 있다. '사고의 도사'라는 사람은 아마 이 두가지 사고 방식을 대상이나 문제에 따라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일 것이다. -52쪽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보다느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나의 신조이다. 이러한 신조가 몸에 배어서인지 나는 한 가지 문제를 택하면 처음부터 남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57쪽

하여간 인생에서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다가는 비약하지 못할 때가 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것만은 해내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하다.

나는 누구하고도 친근하게 지내고 때로는 속마음까지 털어놓고 개방적으로 대하기도 하지만, 나의 제일 중요한 주체성까지 영향을 받음으로써 나중에 후회하게 된 적은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79쪽

영어에 loneness(고독)와 loneliness(외로움)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의 뜻은 상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명확히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loneliness는 loneness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낸 말이다.
loneness를 잃었기 때문에 loneliness 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loneness를 확고히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어떤 삶과 어떻게 접하더라도 loneliness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편견에서 벗어나 친구들이 가진 중요한 것을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배우기 위해서도 자기 자신의 loneness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81쪽

'나는 바보다'라고 자기 자신을 바로잡음으로써 경직된 상태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체념의 기술이나 바로 앉는 지혜는 큰 실수를 범한 충격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102쪽

나는 잘못된 가설일지라도 가설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앞으로 창조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면 가설을 세워서 연역하는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권하고 싶다.-118쪽

"기술을 뛰어넘어라."...
그러나 기술을 초월하라는 말은 이미 기술을 습득한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지, 아직 초월할 만큼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당여한다. -129쪽

천재란 연구 대상인 문제와 자기 자신이라는 그 두 가지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일체가 되는 사람이다. -139쪽

필요는 이성에 의한 판단에서 생긱 필요, 욕망은 현재 자기 속에 있는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경우에 따라서는 참을 수 없어서 폭발할 정도의 정념으로부터 생기는 필요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15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은 항상 나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범주를 나누는 것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봤지만

막상 내 이야기들을 범주로 나누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 같다.

아마 내 이야기들은 뭉탱이 져서 서로 엉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뭉글뭉글한 내 이야기들. 내 삶. 내 인생.

잡념이 많은 밤이다.

하지만 글은 그 잡념들 마저도 하나의 범주로 묶어준다.

재미있는 일이다.  고마운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