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70번 버스를 타고 본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엄마와 아들이 잔득 짐을 들고, 앞뒤로 나란히 앉아있다.

먼저 엄마의 약간 돌출된 구강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도 엄마의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다음으로 컷트를 친 엄마의 가르마를  타고 살짝 뜬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들에게도 똑같이 생긴 가르마에 살짝 뜬 머리카락이 있었다.

엄마의 가늘고 뾰족한 턱, 아들의 가늘고 뾰족한 턱.

엄마의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 아들의 마른 몸.

자식은 부모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물려받는다.

심지어 가르마를 타고 머리가 몇가닥 뜨는 것 까지도...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부모를 닮지 않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내 경우인지는 몰라도..)

하지만 부모의 싫어하는 모습을 유난히 많이 닮아가는 것도

부모 자식간의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얼마만큼의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게 워낙 타고난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러한 믿음이 없는게 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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