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의 대화가 단조로운듯 그들의 삶도 단조롭다,
그들의 관계 역시 단조로워 보이고 카메라 마저 그들을 단조롭게 쳐다본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있어 보이는 그들의 대화의 깊이는 얕고도 얕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집을 나갈거라고, 다른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그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그리고 또다시 보여지는 그녀의 단조로운 행동들.
카메라는 이번엔 그녀와 그가 머물렀던 공간을 역시나 단조롭게 보여준다.
집안에서 그들의 대화의 깊이 역시 얕고도 얕다.
말을 잇지 못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의 뒤에서 코를 한번 긁는 여자.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계단을 오르고 내려간다.
책을 꺼내어 훑어보는 여자, 여자는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메모들을 훑는다. 여기서 카메라는 끝까지
그녀만을 응시할뿐 그녀가 무엇을 보고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쫒아간다.
그리고 둘의 사이는 위태로워 보인다.
"버릴건 미련없이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
서로의 주변을 배회하며 나누는 그들의 대화, 서로를 배려하며 응원하는 그들의 대화가 둘 사이의
간극은 어쩔수 없는것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가 시작된 후로부터 차분한 모습만을 보이던 그들의 대화가 정점에 이른다.
화를 내지 않는 남자, 그런 그가 화를 내줬으면 하는 여자.
여자의 바람이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여자는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화를내고, 남자는 그 또한 알고있다,
그녀가 미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다시 차분해 진다.
"미안해", "아니야 정말 괜찮아" 그들을 이 말로써 서로의 마음을 알고있다.
"정말 모든게 괜찮아 지겠지?"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그저 웃는다.
그들이 한공간에서 머문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보여지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헤어짐을 다짐한 그 후의 그들의 이야기는 볼 뿐이다.
차분함을 유지해오던 여자는 남자의 배려에 억누르고 억누르던 미안함을
또다시 화로써 표현하고 , 그들은 그렇게 눈물을 참는다.
남자는 떠나려는 여자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하고 그 순간순간 남자의 몸은 경직된다.
그 시간과 시간 사이, 고양이와 고양이주인, 낯선이들의 침입은 그들의 사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애틋하게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또다시 미안한 여자.
타인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때 울리는 여자의 다른 남자의 전화,
전화를 받으며 남자의 어깨를 쳐다보는 여자.
하지만 그의 어깨는 생각보다 담담하고 그런 여자는 또다시 미안해진다.
그들은 말이 없이 요리하고, 남자는 양파를 썬다.
눈이 매워 눈을 씻으러 간 남자는 물을 틀어 한손으로 물을 받지만,
이내 물을 받던 손을 마저 내려버린다. 그순간 남자는 깨닫는다,
눈이 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님을,
하염없이 흐르는 물,
하염없이 흐를수밖에 없는 남자의 눈물,
여자는 천천히 읊조린다.
남자가 자주 하던 그 말을.
"괜찮아 괜찮다, 다 괜찮아 질꺼야, 정말."
여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자는 눈물흘리고
남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는 말한다.
그들의 헤어짐이 머물러 있는 그 하루종일 비는 내렸고, 그들의 마음에도 비가 내렸다,
두사람은 차분이 감정을 노래하고 읊조린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