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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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전체에서 비린내가 난다.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가 고래 뱃속에 있는 느낌이 바로 이럴 것이다. 끈적한 타액과 이전에 삼킨 고기들이 소화되지 않은채 풍기는 썩은내와 비린내... 매우 육감적이고 동물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고래 뱃속에 있다. 절망적인 스토리와 극적인 갈등진행 안에서 우리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좌절을 느끼고, 광적인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고래가 물을 뱉어낼 때를 기다리면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소극적 행위라면, 주인공들은 고래 뱃속을 뚫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독자가 기다리는 것, 즉 문학적 상상력이 가져다주는 '해방구'가 되어 준다.

춥고 배고픈 겨울보다는 끈적이게도 활기찬 더운 여름이 자주 나온다.

벽돌을 굽는 불가마와 백킬로가 넘는 거대한 장정과 여자아이가 묘사된다.

벽돌은 붉은 색이고, 붉은 불로 인한 화재도 마을을 붉게 만든다.

고래도 나오고, 코끼리도 나온다.

피도 나오고, 땀과 냄새도 나온다.

내가 잊고 있었던 열정과 판타지가 여기에 모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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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2010-05-1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