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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ㅣ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그림책을 펼치기 전, 표지를 가만히 쳐다 본다.
서로를 그려내는 표지였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는 듯 하지만,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걸까.
한 장 넘기니, 면지부터 오른 손의 억울함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정말 참을만큼 참았어!”
억울할만도 한 것이 모든 궂은 일은 오른 손이 해냈다.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
핸드크림 바를 때만, 근사하고 멋진 것을 두를 때만 나타나는 왼손.
떠안기고 싶어도 서툴러서 기어코 일을 두배로 만드는 왼손.
부족하고 서툴고 왼손을 보며 다른 누군가가 보다, 나의 첫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잘하고 싶었지만, 숙련되지 않아서 실수 연발에 배로 시간이 걸리던 그 때의 나. 스스로가 바보 같아 울며 집에 가던 나날들. 오른손 같은 직장 선배들을 보며 무능력함에 좌절했던 왼손 같았던 나를.
일부러 그러는 것도, 꾀를 부린 것도 아닌데 나의 사정을 가장 이해해 주지 못했던 것은 나였다. 그때 스스로 해주지 못했던 위로를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책을 통해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괜찮다고. 서로 맞춰 나가는 거라고.
시작의 설렘에 가득차 있다가 부딪혀 오는 과업들에 좌절한 모든 새내기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함께 갑시다하고.
때로는 오른손처럼 속앓이를 했던 적도 있었다. 같이 해야 하는 일에 내가 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고 한 만큼 보상 받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억울하고 화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일처리가 느린 사람이나, 갓 시작한 신입이 동료가 되면 일이 두배, 세배가 되었고 친절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었다.
누구나 왼손이기도, 오른손이기도 하다. 각자의 억울함이 쌓여 서로를 상처내지만, 갈등이 꼭 파괴적이지만은 않듯이 꺼내어진 마음에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게 된 오른손과 왼손처럼.
끙끙 앓지만 말고, 속마음을 터 놓고 같이 해결해 봤다면 어땠을까 싶다.
맞잡은 두 손처럼, 고마움을 미안함을 전하는 두 손처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손으로 이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의 순간들을 관계와 관련 짓는 작가님의 위트가 섬세하고 정교하다. 손에 표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수한 감정들이 느껴지고, 대화에서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때로는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수한 감정들이 내 손 끝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지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기 전에 왼손이 전한 고마움에 오른 손이 어떻게 답할까 싶었다.
내가 내린 답은 뒷 표지의 손하트♡
그림책이 건낸 위로에 힘 입어 티나게 고생하는 오른손으로 살아가는 것도, 묵묵히 애쓰는 왼손으로 살아가는 것도 가볍게 느껴진다.
DEAR 그림책, 친애하는 나의 오른손과 왼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