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 - 진로와 자기 탐색 발견의 첫걸음 1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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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내 학창 시절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차 교사가 될 때까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사는 덕후가 부러울 때도 있었다. 열정을 가지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이. 내 흥미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도전이 망설여 지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고민할 시간과 여력은 늘 부족했다. 흥미에 대한 고민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항상 후 순위가 되었다.

다행히 교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아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있었지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흥미 있는 분야를 파고들어 영역을 확장하는 주변 선생님들을 보며, 열정을 다해 볼 무언가를 꼭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올해 초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캐머런)를 읽으며 나 홀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나는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닌,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0대 중반에 알게 된 나라는 사람을 만약 10대 때부터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성인이 되어 전공을 바꾸거나, 진로를 바꾸는 일은 흔하다. 힘들게 도전해 얻은 직장에서 적성이 맞지 않아 속앓이를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유학년제나 학기제를 통해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고 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청소년기에 모든 일에 다 도전하고 경험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미 경험한 것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 과정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 나왔다. 창비 신간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이다. 가장 먼저 흥미로운 자기 발견 테스트로 시작된다. 흔히 보던 흥미 유형 육각형이나,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입각한 테스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신선하게 다가왔다.

〈맛있는 건 매일 먹어도 좋잖아〉는 처음엔 요식업에 대한 설명일까 싶었는데, 세일즈와 비평, 분석, 데이터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뭐든 한 번 꾸며보는 건 어때?〉는 꼭 꾸미는 것을 잘하는 아이 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잘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아이들, 잘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고민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 자체가 존중 받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목차는 〈그래도 게임은 좋아한다면〉이었다. 의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영리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의존에 대한 염려와 게임 기반 산업에 대한 소개를 균형 있게 다루며, 좋아하는 것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 〈뭐든 꾸준히 하는 것은 자신 있다면〉에서는 아직 좋아하는 것을 특정하지 못했지만, 성실하고 믿음직한 아이들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행은 따라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스포츠는 언제나 즐겁지〉, 〈가만히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면〉, 〈정주행 하느라 밤새운 적이 있다면〉등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고 있고, 자기 발견 테스트를 통해 원하는 분야를 찾아 읽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나의 경우에는 〈맛있는 건 매일 먹어도 좋잖아〉의 전 문항이 다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하고, 추천해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 '누군가에게 맞는 답을 찾아내는 일'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구나, 싶어졌다. 단순한 행동과 말에 숨어 있던 진짜 흥미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내용 하나 하나가 다 공감되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건 매일 먹어도 좋잖아〉뿐만 아니라, 다른 목차에서도 나의 관심사를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고, 지인들이 떠오르는 목차들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을 넘어서서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나의 다양한 흥미를 이해하고, 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까지도 지향하고 있구나 싶어졌다.

좋아하는 것들에 담긴 나의 성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진로와 연결해 볼 수 있으며, 확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을지 안내한 점도 유익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나를 더 좋아할 수 있게 될거야! 라는 책의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평생 친구로서 나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 길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좋아하는 것 혹은 잘하는 것을 찾고 싶은 청소년, 자유학기제 및 진로 수업 때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찾는 나와 같은 교사,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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