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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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내가 차리할 수 있는 자리도 있을까?"

큰아들 아이가 중3때 한 말이다. 동네 어디쯤을 갔다가 버스를 기다리며 너도 걱정이 있니? 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가게 될지, 내가 과연 세상에서 받아들여질만한 모습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도 했다.


언제나 명랑하고 끊임없이 농담을 늘어놓는 아이였기에 그런 감정은 아예 없는 줄 알았다가 좀 의외였다.아, 너 같은 아이도 불안하구나. 역시 성장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 작품의 주인공 소년 킹은 역시 그런 시기의 아이인데 사랑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형이 사망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가만보면 특히 어린 남자아이들이 형들을 뚫어지게 관찰한다고 느꼈었다.남자로서 행동을 따라할 대상이 필요한데 가장 가까운 존재가 형이기 때문인 것 같다. 


보통의 남자아이들도 그렇게 형을 따르게 마련인데, 방을 같이 쓰면서 부모와도 나눌 수 없었던 대화를 나누었던 사이이기에 킹에게 형의 사망은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일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상황. 여기에 동성애자라는 형의 정체성, 친했던 친구 샌디와의 전면적인 갈등이 겹쳐 있다. 


작가의 필력이 매우 뛰어나서, 배경이 되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더위가 느껴지는 듯하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더운 늪가에 같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형이 남긴 말들은 우주와 세상에 대한 서정적인 단어들로 가득해서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서정적인 말들을 읽으니 더 슬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잠자리가 상징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잠자리는 영혼, 변화와 재탄생을 상징하기도 하고 표면을 넘어 삶의 더 깊은 의미를 들여다 보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형에 대한 애도를 겪고 있는 킹의 주변에 수없이 날아다니고 있는 잠자리는 킹이 결국 이 모든 혼란을 이겨내고, 멋지게 성장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지만, 결말이 포함되지 않은 가제본을 받았기에 결말이 어떤지 아직 알지 못한다.



부디 킹이 혼란과 갈등의 끝에서 그런 믿음을 얻는 계기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남자 아이의 성장을 다루었지만 형이 남긴 말들이 시처럼 다가오는 아름답고 차분한 작품이다. 성장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모님과 열두살, 열세살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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