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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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엄마, 그 직장 꼭 가야겠수?" 16개월인 큰아이를 맡기고 새로운 직장에 나갔던 첫날 아이를 맡겼던 이웃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다. 아이가 너무 풀이 죽어 있어서 혹시 익숙한 환경이면 잘 놀까 싶어 우리 집으로도 데리고 왔지만 하루종일 문쪽만 쳐다볼 뿐이라고 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라, 돈을 받고 아이를 봐주기로 하셨는데도, 너무 불쌍해 보였나보다. 그말을 들은 나도 혼비백산했다. 좋은 직장을 놓치고, 이렇게 늙으면 안돼...라고 생각해서 의지를 끌어모아 원서쓰고 면접보고 해서 다시 직장을 잡았건만, 토하는 아이를 놓고 다시 직장에 가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오랫동안 후회와 원망을 했다. 엄마로서의 역할은 다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엄마노릇과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왜 같이 할수 없는 건지.


그때 그러던 아이가 사춘기도 없이 밝고 명랑하게 자라, 대학신입생이 되었다. 밝고 다정하고 유머러스하다. 그때 내가 아이를 두고 직장을 갔더라도 타고난 대로 편안한 성격이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아마 그랬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아마도 엄마인 내가 죄책감과 사회적 압력을 끝내 이겨내지는 못했을 것 같기는 하다.


지진이 나면 가장 놀라는 것이, 그자리에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땅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진이 끝나고 나서도 트라우마에 계속 시달리는데, 그렇게 까지 굳건히 믿었던 믿음이 흔들려서 그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의 심정이 그런 지진을 겪은 것과 같은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늘 지지해 주는 존재가 사라지고 난 후의 멈출 수 없는 불안감.




9살 마음사전을 보고 그 따뜻함에 감동받았고 이파라파냐무냐무을 읽고 위트와 유머에 무릎을 쳤는데 탁월한 실력의 두 작가가 같이 만든 책이니 흠잡을 데가 없다. 글은 따뜻하고 그림은 매력적이다. 엄마가 사라졌을 때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 수있는지, 그리고 그 불안의 정도가 어떤지, 그리고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분리불안이 있다는 것이 글과 그림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20년전 초보엄마인 내가 그때 겪었던 분리불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나말고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를 헤아려 볼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이런 분리불안이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한 의문은 든다. 육아를 같이 할 공동체가 없이, 아빠도 없이 엄마에게만 오롯이 집중되어 있는 양육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분리불안의 강도와 빈도는 낮아질수 있고 성장과 양육이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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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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