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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음...<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누군가는 이 작품을 읽고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글쎄..내겐 어려운 글이었다. 어려운 글을 읽고 나니 독후감을 쓰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을 수 밖에.
이 책은 로맹 가리의 단편집이다. 요 근래 단편집을 찾아 헤매던 내게 멋진 제목과 감상적인 서평은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첫 단편인 <새들은..>을 읽고나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때 큰 용기가 필요했다...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나 있을런지.
하지만 다행히도 나머지 작품들은 꽤 읽을만 했다. 아 참..<류트>를 제외하곤.
작가가 글을 어렵게 쓰는 건지, 나의 이해력이 수준 이하인 건지, 그도 저도 아니면 번역한 이의 실력이 껄끄러웠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몇몇 작품을 읽으면서는 어느게 누구의 대사인지 마지막이 어떤 걸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당황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나에겐 카버의 책이 더 와닿는 편이다(평이한 문장들이 많아서인가?). 원문을 읽은게 아니니 문체나 단어선택을 꼬집을 순 없더라도 영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다...첫 작품의 해독실패로 인한 선입견인지 유난히 졸릴 때 읽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읽어보니 뒷부분의 글들은 흥미롭고 재미난 것들이 많았다.
특이한 상상력의 <비둘기 시민>과 <우리 고매한...>, 인간의 허영에 대해 깔끔하고 통렬하게 비꼬아 쓴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영화적인 상상력이 엿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등등...
로맹가리는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문제에 많이 매달린 작가였나보다.
그리고 이 책이 그의 전체적인 의견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인간의 본성을 조금은 같잖고 나약하고 우매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어떤 휴머니스트>나 <킬리만자로에서는...>, <가짜> 등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의 시선은 인간들이 가지는 고매한 신념이나 허영에 콧방귀를 뀌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인간군상의 겉다르고 속다른 실체를 보여주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물론 그의 영화처럼 표현이 거칠진 않지만-가 생각난다고나 할까.작가는 전쟁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작품에 전쟁과 유태인 학살과 같은 소재가 많이 눈에 띈다.
어떻게든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새들은...죽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남들의 의견을 들어보러 가야겠다. 물론 그들의 의견이 나와 같진 않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