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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11분"은 세번째로 읽는 코엘료의 책이다.
책의 서두에 코엘료는 독자가 원하는 글만 쓰기 보단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하나의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할 필요성에서 이 글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시작한 11분의 주제는 일단 성(性)에 대한 것으로 보였다(뒤로 갈수록 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코엘료가 말하고자 한 성이라...그것도 여성의 시각에서...흥미가 간다.
그러나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코엘료는 마리아라는 여성의 시각을 따라가는 구조를 취하면서 중간중간 그녀의 일기라는 글을 끼워넣고 있다. 이 방식 자체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정제하지 못함을 메꾸려는 의도 같아 거슬렸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화적인 이야기는 작가의 개입이나 설명없이 그 하나로써 매끈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그 만큼 깔끔한 이야기를 다 표현하지 못한 게 아닌가..그래서 잔소리처럼 끼워둔게 아닌가 싶다.
후기를 읽어보니 코엘료는 나름대로 많은 여성들의 조언을 받았고 결정적인 힌트를 준 여성에게도 감사하고 있다...역시 코엘료 혼자서 여성의 시각이라는 구조를 소화하기는 힘들었을게다.
마리아가 사람들이 과연 11분에 목을 매며 살아가는 것인지 탐구하고 고통을 통한 쾌락의 추구에 대한 경험까지 거치면서 결국 소유하지 않는 사랑의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는 나름의 내밀한 구조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 책으로 코엘료를 처음 알았다면 그 결과는 아주 좋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