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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두꺼운 이 책에 발목을 잡힌게 3주 가까이 된다..하지만 절대로 재미없단 이야기가 아니다.
폴 오스터는 대단한 이야깃꾼인것 같다. 세 남자의 이야기가 숨이 찰 정도로 쏟아져 나오니까.
달이 기울었다가 차고, 다시 기울고 하는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극한까지 몰고 갔다가 다시 새로운 삶으로 되돌아 온다. 비록 그 새 삶이 더 정화된 좋은 삶은 아니더라도.
절망이라는 녀석이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 책은 결코 궁상맞다거나 우울하지 않다.
마치 오헨리의 단편을 읽고 있을 때처럼 판타지같은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을 분리시킨 냉소적인 유머가 마음에 들었다.
이 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이야기일까?
그러기엔 주인공 3명 뿐만 아니라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삶과 사연들이 너무도 세세하고 생생하다...폴 오스터가 이야기 솜씨가 굉장한 것이거나, 주변에 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M.S.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만큼은 아니지만 참 정이 가는 주인공이다.
어릴때부터 가지고 살았던 그 끔찍한 외로움, 나약한 본성, 유머와 궤변을 늘어놓는 버릇들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은 그런 사람.
에핑의 동굴을 찾으러 떠난 서부에서 차를 잃고 태평양과 맞닿은 미서부 해안까지 걸어가서 떠오르는 해를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는 M.S...그는 또다시 새로운 삶을 얻었다.
절망 때문이든 희망 때문이든 갈 수 있는 끝까지 가보고 거기서 다시 새로운 삶을 얻고자 하는 마음...나에게도 간절히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