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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책의 제목때문에 꼭 나를 한 번 더 쳐다보곤 했다.
음...죽기로 결심하다...파격적인 제목이긴 하다..하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때문이 아니고,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서도 아니고, 단지 "연금술사"로 알게 된 코엘료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베로니카는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의 자살이유가 그럴싸하다...첫째, 앞으로 남은 그녀의 삶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둘째로는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에서 나는 많은 공감을 했다...예전같으면 절.대. 공감하지 못할 이유였겠지만. 30년을 살아오면서 내 인생은 그럭저럭 평탄했고 큰 고비길 없이 흘러왔다. 들뜬 마음으로 1분 1초까지 내 것으로 지내던 어린 시절이 가고, 나이가 들면서 인생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리게 되는...그야말로 평범한 삶이다.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인생이 앞으로도 이렇게 흘러간다면 우리 앞에 남은 세월이 두려워 진다고...
크하하..정말 호강에 겨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작가는 베로니카와 정신병원 사람들을 통해 이런 나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인생이 지루하다고 말한 사람은 그런 인생을 만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주위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견고한 성벽을 쌓아올린 나머지 언제부턴가 그 성벽안에 갇힌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그리고는 말하는 거지...인생은 지리멸렬해...
뜨끔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다만, 내 상황을 저렇게 적나라하게 찔러주었다고 해서 내 행동을 금세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다행인것은, 그렇다고 해서 코엘료가 우리를 떠밀어 넣는 세상은 아둥바둥 악착같이 살아가는 그런 곳은 아니다. 그의 메시지는 차라리 내가 읽었던 불교서적의 가르침과도 통해 있었다. (코엘료는 종교에 대해서라면 모두 줄줄이 꿴 것은 아닐까?)
베로니카는 문득 깨닫는다...남들이 원하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누군가가 되기위해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통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쓸 에너지는 남아있질 않았음을. 새로이 자신을 들여다 봄으로써 자신의 전혀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던가,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모습은 잊고 있던 불교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물론 그의 메시지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죽음을 눈앞에 둔 베로니카를 보면서 정신병원 안의 몇몇 사람들의 내부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들의 사연과 깨달음을 통해 더 많은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결국 베로니카는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그녀가 내일 혹은 1년 후에 죽을지라도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믿는다.
음..가르침은 잘 알아들었는데...앞으로의 내 삶은 어찌 할 것인지..내 견고한 성은 아직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