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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 사회보장 번호가 우리를 대신하고 있다. 카드가 우리의 얼굴보다도 중요하다면 우리는 무엇때문에 얼굴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책 내용 중에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라는 기관이 정작 돈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는 현실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그래..이건 뭔가 잘못됐어...전엔 그냥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는데.
재작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안되어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그라민 은행을 소개하는 프로를 TV에서 보았다. 불가능할 거라고 여겼던 그라민 은행 시스템이 잘 사는 유럽국가에서도 통하고 있단 소개를 듣고 내 기분까지 뿌듯했더랬다.
돈 앞에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지만, 개인의 신용이라는 것은 그의 돈의 많고 적음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도 좋은 지적이다. 가난한 이들도 자존심을 가진 어엿한 개인일 뿐이며 자신의 신용을 깨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한 그라민 은행.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란 것은 저자 유누스 교수의 확고한 시념이나 가난퇴치의 획기적 방법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것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가난한 이들이 융자를 얻었을 때 그들의 생계를 개선키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이 이.미. 머릿속에 준비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민감하고 또 나름의 방안을 늘 가지고는 있었으나 현실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늘 월급쟁이를 벗어나고 싶다고 떠들어대는 나는 막상 어떠한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야말로 피상적이고 이론적일 뿐 이 책에 소개된 이들보다 현실감각과 경제감각 어느 하나 나은 것이 없다. 내게 기회가 주어지는 날이 온다해도 내 자신이 너무도 미흡한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책을 덮으며 찔린 속을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