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단편만 읽은 후 책꽂이에 일년이상 그냥 꽂아두었던 책이다. 재미있단 평도 많고, 작가에 대한 칭찬도 많았지만 왠지 내겐 빨리 읽히질 않는 책이었다.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덜 읽고 팽겨쳐둔 책한테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황만근이 뭐랬더라..하며 다시 펼쳐든 책.아하~이제야 전에 왜 책이 빨이 읽히질 않았는지 알겠더라. 성석제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데다, 늘 하나부터 열까지 떠먹여주듯 자상한 소설들만 보다가 -하긴 소설은 별로 읽지도 않지만 - 이렇게 이야기가 빠르고 내 앞에 내던지듯 보여주기만 하는 글을 보았으니 그 첫숟갈이 미끈하게 넘어갔을 리 없다. 그러나 이젠 웬걸. 책 중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호흡을 쫓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급기야 지하철에서 내릴 곳을 지나쳐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책을 덮을 때 쯤엔 '으흠..이쯤이면 황만근이 뭐랬는지 다시봐도 되겠는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앞의 단편을 읽어보니 전에 알지 못했던 재미가 있다... 이것이 작가에, 문체에 길들여지는 것인가? 흠..그러고 보니 또 궁금한 것이 있다. 읽다보니 이 책에 나온 단편엔 '여자'들이 모두 추상적인 존재로만 비춰지는 거 같다. 작가가 남자라서일까? 여주인공은 한명도 없이 모두 남자들 이야기인건 이해가 가지만, 여자 등장인물이 잘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나온다 해도 아스라한 어떤 '대상'일 뿐이다. 여자 등장인물과 소통하는 장면이 없다는걸 문득 깨닫고는 글이 쓸쓸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면 너무 억지스러운 걸까?어쨌든 작가는 이야기꾼임에 틀림없고, 다음 페이지가 궁금했던 나는 즐거운 독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