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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1 - 한국만화 명작선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유시진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들 그림이 이쁘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나에게도 첫인상은 비슷했지만 아웃사이드가 윙크에 연재될 때부터 그의 만화를 봐온지라 그 첫인상은 곧 지워지고 만화 자체만이 마음을 꽉 채웠다. 마니는 유시진의 첫 장편이면서 앞으로의 작품활동(예를 들어 신명기)의 멋진 출발점으로 보인다.
연재만화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나는 앞부분은 옴니버스 형식이라 그냥 학원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마니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왕위를 둘러싼 이야기가 어느덧 만화를 모두 차지하게 되는 구성이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생생한 캐릭터라는 유시진의 장점은 또 말해 무엇하리오. 그보다 작가의 초기작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호흡법(?)이 굉장한 수준이었다는게 내 느낌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 특히 한 회 연재분과 다음 연재 시작분의 이어짐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쉬어가는 호흡이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유시진이 '번외편'이라는 구성을 즐겨 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살짝 밀고 당기는 가운데 극의 팽팽함과 그의 특징인 고요함이 잘 살아있어 읽는 내내 즐거울 수 있었다.
가장 멋진 장면은 마니가 해루의 비밀을 알고 나서 해루가 떠나는 장면. 해루가 움직이지 못하는 마니를 남겨두고 현관문을 닫고 나간 장면이 한 페이지 가득 어둑한 현관과 마니의 외침으로만 그려져 있다. 그 어둠이 아득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다음페이지를 넘기면, 휘영청 밝은 신라의 달을 바라보고 있는 - 아무 걱정없는 - 해루와 그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햐...이건 정말 만화가 아니라 영화같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해루의 캐릭터를 참 좋아한다. 자신의 비밀을 감출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할 수밖에 없는 약하고도 강한 사람.
나중에 돈을 벌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 때 작가를 만나 시나리오화 하자고 꼬드겨 보려 한다..ㅋㅋ그의 호흡이라면 여태까지의 시나리오 취약으로 무너진 우리 애니 시장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