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시원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코리안 시리즈 보겠다고 회사에서 조퇴할 만큼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프로야구 원년멤버인 삼미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만난 순간 제가 꼭 읽어야 할 책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와우! 일단 재미가 있습니다... 요근래 지하철에서 큭큭거린 분들..다들 이 책을 읽고 계셨던 걸겁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프로가 아니면 어때..좀 여유롭게 사는게 어때서..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으니까요.

10억 만들기, 성공비결, 천재 육아법에 대한 책이 넘쳐나는 요즘...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미덕이 되고, 일등과 프로만 기억된다고 주입되는 현실에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 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핫..근데 이렇게 깔끔하고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군요!

틱낫한 스님이나 달라이 라마의 책을 좋아하는 저에겐 다른 형식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책을 만나게 된 셈이지요.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창한 목표나 사회의 잣대에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방식은 달라도 그들 모두가 하고 싶었던 그 이야기 말입니다.

예전 야구스타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니 추억에 젖어 좋고, 위트가 있으면서도 할 말 다 할줄아는 작가를 발견해 기분좋고, 책을 덮고나서 한번쯤 숨을 고를 여유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