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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그림책 시점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정희.장소현.이혜선 지음 / 유럽의봄 / 2022년 11월
평점 :




📙 【전지적 그림책 시점】
✒️ 이정희, 장소현, 이혜선 저 | 유럽의봄
저자 소개를 먼저 할까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어느 감독의 작품인지, 출연 배우는 누구인지를 먼저 찾아보는데 【전지적 그림책 시점】이 책의 저자 3분의 존재만으로 책을 읽게끔 만들거든요. 이정희 작가님은 미디어 비평가로 글을 써오셨습니다. 장소현 작가님은 '관계브릿지학교' 운영을 하시며 인성코칭, 관계 코칭 상담 그리고 책을 쓰십니다. 이혜선 작가님은 '도슨트(docent)가 되었다'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 찾아보니 사전적 의미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한다고 하네요. 큐레이터가 유물에 대해 연구, 정리하는 프로듀서라면 도슨트는 이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고 할 수 있다네요.(지식사전적 의미) 생소하면서도 친근한, 굉장히 매력적인 스킬을 연마하고 계신 세 작가님의 글을 접하게 되어 기뻤고, 또 부단히 글을 쓰고 배우고 익혀 지식과 경험을 전하는 세 분의 작품을 분주히 응원하게 됩니다.
【전지적 그림책 시점】이 책은 '한 권의 그림책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이라는 소제목으로 한 줄 소개할 수 있어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감상과 감상법 그리고 서로 다른 또 다른 책과 작품을 추천하는 구조로 책이 엮여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하나의 책을 세 가지 시선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완결 후 부족했던 지식의 공백이나, 아쉬움을 세 작가님의 외전을 통해 넘치는 감상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죠. 나만의 북클럽 같아요. 작가님들과 함께 책에 대해, 구절에 대해, 마지막 엔딩과 사무치는 감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방대한 세계관이 열려 독서계에서는 일반 머글(muggle)인 저에게는 벅찰 수도 있겠다 그런 재미난 상상을 해봅니다.
작가님의 필력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제1장 흰 눈】입니다. 눈에 대한 감상에 대해 시각적으로는 바로 눈앞에서 흰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밭의 물결을 이루고 또 어느새 봄기운을 가득 담아 무럭무럭 피어나는 게 소담스러운 봄꽃이 무더기 져 있어요. 오로지 글을 통해 나는 사계의 흰 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가웠던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미자' 작가님의 【제6장 불안】에 대한 감상이었어요. 너무도. 좋지 않나요? 이 작품? 덕후(저)는 항마력을 상실하고 나도 이 책 안다며. 나도 이 그림책 좋아한다며 마음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읽었습니다. 저는 불안이 제 삶의 초깃값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불안 속에서 태어나 불안을 품고 자랐으니 커서도 딱히 불안할 일이 없었죠.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면서 나의 불안이 마치 기분 나쁜 색이 되어 제 아이에게 스멀스멀 물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이 조미자' 작가님의 '불안'이었어요. 그때는 책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었고(지금도 그렇지만) 세 작가님의 감상을 읽으니 좀 더 객관화된, 오래된 문서화되어 있는 '불안'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부모로서, 불안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도 큰 위로와 코칭이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자주 읽거나 접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는 손 뻗으면 닿은 곳에 책이 있기를, 혹은 그곳에 내가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습니다. 【전지적 그림책 시점】이 책은 '혼자 책 읽기가 어려우시죠? 그럼 같이 읽어요.'라며 말을 걸어오는 책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세 작가님을 통해 저는 한 권의 책을 세 가지 시선으로 보는 요령을 살짝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볼게요. 감상과 배움 그리고 어쩌면 대화, 어쩌면 소통이 있어 더 특별한 【전지적 그림책 시점】.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