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렁이똥 ㅣ 책속의책 그림책
이정호 지음, 최희옥 그림 / 책속의책 / 2022년 12월
평점 :





💬
옛날 옛적 노루골에 두 아이가 살았다. 한 아이는 노루골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 꽃지, 다른 아이는 가장 예쁜 단이. 사람들은 못생긴 꽃지는 마구 놀려대고, 예쁜 단이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런데 단이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큰 비밀이 있었다. 변비가 심해서 일주일에 한 번 똥을 싸는 것이다.
판소리체로 만나는 구수한 우리 옛이야기. 한글 읽기가 아직은 서툰 아이보다, 토종 한국인 엄마의 신명나는 판소리로 잠을 쫓아내며(?) 읽어줬습니다. 유쾌하고 재미난 그림에 흐드러지고 구렁이신 이야기에 가무러치게 놀라는 아이는 못생긴 아이 꽂지의 주근깨를 무심히 쳐다봤다가 놀림당해 우는 어깨 뒤로 부처님 상을 구경하다가 가짜 구렁이신의 꼬리를 왕왕 물어버리는 개똥이의 용맹함에 감탄하기 바빠 이게 책인지 판소리인지, 뮤지컬보다 재밌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입니다.
<구렁이똥> 이 책의 내용은 마을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 단이의 비밀을 둘러싸고 그로 인해 오해받고 고통받는 못난 아이 꽃지가 부처과 구렁이신의 가호를 받아 가짜 업신을 물리치고 슬기로운 아이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녀가 소녀를 구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고, 시기 질투하지 않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의 포용력을 칭찬하는 동화일 수도 있겠네요.
동양화를 전공하신 최희옥 작가님의 검지 않은 먹색과 귀여운 색동의 조화, 포근하게 한눈에 담기는 그림이 무척 구수하고 매력적인 그림책입니다. 지난해 10월 국립민속박물관 <한 여름밤, 신들의 꿈> 전시에서 터주신, 성주신, 조왕신, 측신과 삼신을 만나본 적 있던 우리는 <구렁이똥>에 소개된 신들의 존재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아이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어차피 크면 다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 저는 항상 말해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전설과 신, 무당과 퇴마는 한국이 최고라고. 하물며 판소리의 조화라니. 한 번 읽기에는 어른인 저도 조금 막히는 구간이 있긴 합니다만 두 번, 세 번 읽어주니 엄마표 소리꾼으로 곧 거듭날 수 있겠어요.
<똥>이야기 라면 자다가도 똥방귀를 뀐다는 친구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이 책 <구렁이똥> 유쾌와 불쾌, 풍요와 혐오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줍니다. 우리의 옛 구수하고 긴긴 이야기로부터. 개인적은 바램으로 작가님은 2023년 쉬지 않고 더 쓰시고, 최희옥 작가님께서도 쉬지 않고 먹을 찍어 더 많은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