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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자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이광윤 옮김, 김효진 그림 / 동녘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에는 엄마한테 혼나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서 울면서 분을 삭혔다. 부당한 매는 아니었을거라고 기억나지 않는 지금도 생각은 되지만 그래도 그랬던 과거가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원한을 품는다든가 그런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해한다.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자식을 낳고싶지않다, 기르고 싶지않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뿐만아니라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다. 또 엄마 역시 너무 젊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화를 누를 수 있을때도 있었지만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해 분노를 터뜨릴때도 있었다. 그것은 모두 그때의 엄마가 젊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일은 없다. 엄마와 다툴때도 있지만 둘다 나름대로 주장하는 바의 타당성이 있었고 서로 이해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기때문에 가능했다.
제제는 어땠을까. 제제는 햇빛사냥의시절 양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는 제제와 하녀의 관계를 오해하기도 하고 제제의 존재를 무시하기도 업신여기기도 했다. 그는 그런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분노했다. 집을 뛰쳐나가 들어가지도 않는둥, 덕분에 앙브로지우선생님에게 매우혼나기도 했다. 여하간 그랬었는데...어쩐일인지 광란자편에서의 아버지는 너무 다정하고 제제역시 그런아버지를 사랑하는듯하다. 아니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내 경험상 그것은 전혀 이상한일이 아니다. 제제는 청년이 되었다. 아버지는 더이상 젊은 혈기로 불같이 화내고 무시하기도 하는 젊은이가 아닌것이다. 그런 다정한 아버지가 제제의 사랑을 막으려한다. 제제는 그러고자 했으나 결국은 원점, 아니 처음보다 더할지 모르는 사랑에 빠진다. 제제가 어른이 되어 자식을 낳아 그애에게 똑같은 말을 할지 모른다. 실제로 그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과연 그는 그럴수 있을까? 자신의 말대로 할 수만은 없을거란걸 알면서. 제제뿐 아니라 아버지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아버지는 제제가 스스로 찾은길로 보내준다. 아버지의 그런면은 제제가 아니라 내가 그를 다시보게 한것같다.
과연제제는 미지의 세계로 방랑을 유혹하는 상상의 날개를 펴고 어디로 날아갔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