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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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집안 내력이다'

 

호락호락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인공 하윤식의 삶은 호락호락한 삶이었다. 현숙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주인공은 그의 형처럼 '-주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버지처럼 돈을 위해서라면 친일파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배짱과 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윤식은 어렸을 적부터 넘쳐나는 아버지의 돈 덕분에 허무방탕한 삶을 누렸지만 그 삶은 그가 현숙이라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판국을 맞이한다. 그리고 '-주의자'에서 전향하고 만 형을 대신해 군대를 가고, 근거 없는 행운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며 살아남고 또 살아남는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철없는 친일파 집안의 도련님이 사랑에 눈을 떠 그 여인을 따라 애국심을 갖거나 하는 단순한 스토리도 아니고, 사랑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지도 않다. 그도 그럴것이 작가는 하윤식이 현숙이라는 여인을 만나기 전 그의 가문을 3대나 거슬러 올라가 하윤식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리고 백정의 가문에서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장장 책의 절반을 들였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 그들의 선택은 우리가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충분히 이해할만한 선택들이 모이고 모여 1940년에 식민지 역사에서는 나라를 팔아먹고 이익을 거두어 떵떵거리고 산 매국노의 집안이 되어버린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결과를 좋게 봐주고 이해해주자는 그런 차원이 아닐 것이다. 굳이 애국자가 아닌 친일파의 가문을 샅샅이 현실화시킨 것은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역사 속에 남았든 한 가문과 인간의 내면을 봄으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대 양상을 바라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팩션소설들은 열이면 열 독립투사 또는 애국심을 가진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 시대를 그렸다. 그러므로 우리도 그 시대를 바라볼 때 알게 모르게 그들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시선으로 현실을 보았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는 자신의 신념대로 독립을 갈망하며 운동에 참여할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친일로 끈질긴 삶의 줄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며, 누군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혼란에 싸여 시대의 물살에 휩쓸려 버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각각의 삶에는 모두 개연성이 존재한다. 정당성과는 다른 의미의 개연성

 

<가미가제 독고다이>의 희극적이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한 가문의 내력과 미워할 수 없는 하윤식이라는 인간의 삶을 제대로 마주했다면 1940년대 일제 말기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우리는 갖게 된 셈이다. 어느 독자는 사랑으로 한 인간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려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의 지난 작품들의 성격들로 미루어보아 그보다는 역사에 대한 독특한 시선처리를 작가가 유도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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