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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엉겅퀴 2 - 완결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여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들은 숨막힐 만큼 심리묘사가 두드러진다.
사실 박경리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았다. 그 유명한 ‘토지’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2권이 전부였고, 제목도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냉큼
빌려왔다. 더움을 참으려 선풍기를 틀어놓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에 묻혀서 그녀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희련과 희정 은애 인숙 이 네 여자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이 다른 색깔의 여자들이 각각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고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들의 모습에 따라
내 심정의 변화도 다양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희련이다.
희정의 사랑을 가장한 소유욕 안에서 상처를 받고, 한번의 결혼 실패로 인한 상처로 무뎌질 만도
한데, 자신 하나 방어할 방어벽도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사랑다운 사랑이라는 것을 잠시 친구 은애의 오빠 강은식에게 느끼기도 했으나
그 결말은 좋지 못했다. 감정을 적극 표현하지도 못했고, 결국 바보같이 강은식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그 이후로는 보지 못한다. 순간 희련의 옛 남편 장기수라는 인물에게
화가 울컥 났다. 괜한 화풀이일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인 나로써는 결혼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끈질기도록 관심을 보이며 더더욱 질리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남자가 희련 주위에 존재 한다는 사실 하나로 희련의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의
원인으로 돌려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은애를 보고 있을때면 하얀 안개꽃이 생각난다.
왜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마 그 자그마함 속에 숨겨져 있는 잡초같은 근성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엄마에게 정신질환을 물려받고 남미라는 젊은 여자와 자신의 남편 정양구의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한 후 질투인 듯 아닌 듯 애매모호한 독백만을 늘어놓는다.
자신을 채찍질 하듯. 정양구는 사랑이라고 느껴왔던 남미와 은애의 병으로 인해 멀리 하게 된다.
은애가 회복 된 후 남미는 때에 맞추듯 암에 걸리고 자취를 감춘다. 정양구에게 기대 했던 것이
무너짐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었던 것 같다. 애처로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물론 가정이 있는 남자와의 연애를 하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는 않긴 하지만 말이다.
희정은 팔이 없는 불구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 매일같이 희련을 들들 볶는다.
그것이 너무 화가 나서 내가 희련보다 더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희련은 나와 다르게 너무도 많이 겪어와서 무뎌진 모양이다. 담담하게 응수할 줄 안다.
그런데 희정이 희련을 위한답시고 집문서를 가지고 이리저리 했다가 빚을 지게 되었다.
거기에는 얄량한 모습을 뒤에 숨겨둔 가면 속의 여자 인숙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것이
큰 잘못 이었다. 인숙이라는 여자는 화려함속에 가시를 잔뜩 숨겨둔 여자로 아름답다고
만지게 되면 가시에 찔려 피가 나는 장미꽃 같다. 희련에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독설을 퍼부을 때 정말 독한 여자구나 하고 섬짓함을 느꼈다.
너무나도 잔인하게 작가는 마지막으로 희련이 자살한다는 결말을 지었다.
희련이 당당하게 상처를 극복하고 딛고 일어서는 메시지를 전해 들을 줄 으레 짐작했던
내 예상이 빗나갔다. 그래서 더더욱 후에 이 작품을 기억하기 수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