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 - 그 기원과 매혹
김용언 지음 / 강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은 논문 형식의 저작이다. 초록이 있기 때문에 개요를 파악하기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형식상 문헌 조사나 이론적 배경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결코 나같은 조악한 독자가 수월하게 읽을 만한 텍스트는 아니었다.

저자는 영국의 19세기 ‘추리소설’과 미국의 20세기 ‘하드보일드 소설’을 ‘범죄소설’로 통칭하고 그 둘의 생성과 원리를 한데 엮을 만한 이론을 도출해낸다. 그것은 범죄소설과 엔트로피의 유비 관계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설을 위해 각각의 사회를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로 설정하고,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개념을 탐정에 대입함으로써 풀어나간다. 이 과감하고도 신선한 가설을 위해 저자는 일반적인 역사는 물론, 사상사, 자연사, 경제사 등의 역사의 세세한 갈래를 세밀하게 파헤친다. 

저자가 말하는 ‘범죄소설’의 사회적 속성 즉, 도시 문학으로서의 성격은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선행된 연구도 있었고 많은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면이다. 하지만 단순히 말하는 것과 이론적 배경에서 증명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법.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은 그 거대한 간극을 엄밀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열역학법칙을 통한 범죄소설의 해석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유레카’라고 외치는 저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범죄소설’(나는 ‘미스터리’라고 칭한다)의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생성과 원리를 설명하는 데 다소 치우쳐 있기 때문에 ‘범죄소설’이 무엇이고 어떻게 ‘장르’로서 존재하는지 분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연구자에 따라 ‘범죄소설’의 정의는 차이가 있고 그 기원도 다르다. 또 사례로 든 개별 작품이 너무 적다. ‘셜록 홈스 시리즈’와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이 그 시대의 모더니티와 범죄소설의 역학 관계를 드러내는 가장 일반적인 작품이겠지만, 그것들이 모두를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이외 독자 수용론적인 입장,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 뭐, 이건 ‘미스터리는 욕망의 발현’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순수한 개인적인 욕심이다. 마지막으로 몇몇 작품의 결말이 너무나 쉽게 노출돼 있다는 점. 목표로 한 독자가 다르기 때문이고 가설을 전개해나감에 있어 필연적인 일이겠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쉽다고 느낀 부분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엄격한 글을 읽고 평하기에 나는 매우 부족하다.

사실,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가장 감동했던 건 앞으로 되돌아가 이 부분을 다시 읽을 때였다. 

“하지만 여기서 제시하는 다소 많은 정보들의 융단 폭격 속에서 나름대로 질서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면, 범죄소설을 백안시하고 진부한 비난만 되풀이하는 외부의 시선을 받아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에 대한 최선의 행위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그 의미들이 모여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선善이다.

저자는 ‘범죄소설’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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