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미스터리. inverted mystery의 묘미라면 범죄자가 가여워 보일 정도로 탐정을 비롯한 주변 상황이 촘촘하게 좁혀오는 맛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사건이 발생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 독자는 탐정이 범죄자의 은폐와 함정을 차례차례 돌파할 때마다 쾌감과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 것. 따라서 도서 미스터리는 심리극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또 범죄 현장이 서두에 나타나기 때문에 드라마 등 영상 매체에서 많이 차용하게 된다.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 리처드 헐의 《백모 살인사건》, F. W. 크로포츠의 《크로이든 발 12시 30분》는 이 분야의 3대 걸작이라고 불린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도서 미스터리. 게다가 본격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동호회의 옛 멤버가 모인 자리. 고풍스럽고 멋진 펜션을 배경으로 일곱 명의 남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모임의 리더 격인 후스미 료스케는 어떠한 이유로 후배인 니이야마를 죽이고 완전범죄를 시도한다. 밀실로 만들어버린 범죄현장. 모든 사람은 니이야마가 아직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오직 유코 한 명만이 그 진실을 서서히 파해쳐 간다.

문은 왜 열리지 않는가? 에서 문은 왜 열리면 안 되는가? 로 이어지는 명쾌한 흐름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범죄가 일어나고 범죄가 밝혀지고 범죄의 이유가 밝혀질 때까지 군더더기가 거의 없어서 그야말로 한 호흡에 읽힌다. 유코와 후스미의 치열한 심리 대결을 통해 범죄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은 도서 미스터리의 매력이 한껏 살아나는 부분이다. 유코의 날카로운 지적이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후스미의 모습은 매우 재미있다는 말씀.

동기가 조금 아쉽고, 서로 영리하다고 자부하는 유코와 후스미가 그리 명석하게 보이지 않는 것만;;(그들은 서로 충분히 익숙하기에 서로에게만 날카롭지 않을까...) 제외하면 추리소설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이다(작가도 자신이 어떤 추리소설을 쓰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도서 미스터리 3부작으로 구성한다고 하니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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