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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봉지 공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49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 비룡소 / 1998년 12월
평점 :
이세상의 딸들이 여자로 키워지길 거부합니다. 여자이기전에 한 인간으로 인식되길 바래서 늘 양성평등을 부르짖곤하지만 그 틈에도 어쩔 수 없는 연약한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은 30 여년 길들여진 까닭이겠지요. 미국의 전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는 어린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여자라서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답니다. 미국의 대통령 클린턴을 만든 힐러리, 그 기본은 이러한 부모의 교육때문이겠지요.
제겐 딸과 아들이 있는데 딸은 뭐든지 두려워하고 의존적입니다. 반면 아들은 덜렁대긴해도 과감하게 먼저 부딪치는 성격입니다. 물론 주변엔 적극적인 딸뜰도 있지만 태생부터가 수동적이고, 나약한 쪽이 딸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못한다고 생각하지말고 뭐든지 해봐, 용기를 내봐. 해보렴'
저는 제 딸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 선택해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즈음 제가 만난 책이 <종이 봉지 공주>입니다. 전 늘 아이들 책을 함께 읽고, 그리고 좋은 책이다 싶으면 꼭 삽니다. 왜냐면 계속 또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이들 책 출판사 중 비룡소는 외국 동화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책마다 기지가 넘쳐 흥미를 끌고, 게다가 큰 감동이나 교훈도 꼭 들어있어요. 비룡소 학년별로 읽으면 좋은 책 시리즈 모두 이런 외국동화들입니다.
이 책 종이봉지공주로 들어가보면, 공주이름의 대표격 엘리자베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예요. 여느 공주처럼 아름다운 엘리자베스는 멋진 로널드 왕자와 혼인해서 호화로운 성에서 행복하게 살 참이었어요. 그런데 갑작스런 용의 출현으로 성은 잿더미가 되고, 왕자는 용에게 잡혀갑니다. 잿더미속에서 주운 종이로 겨우 옷을 입고 왕자를 구하러 가는 엘리자베쓰 아직도 그 꿈은 변하진 않지요.
그런데 말이예요. 용을 슬기롭게 물리치고 구하러간 공주에게 기껏하는 왕자의 대답이란 너무 실망스럽고 형편없어요.그 사지에서 공주의 옷을 타박하는 왕자에게 침착하고 시원스런 공주의 일갈. 정말 통쾌했어요. 여자로서 갖는 피해의식마저 날려버린듯...... 참 다행이지요. 왕자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돼서말입니다. 자기삶의 주인은 자신, 행복도 불행도 모두 자기가 만드는것인데 누구에겐가 의지하여서 행복을 얻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왜일까요? 사람 자체를 보기보단 주변과 치장되어진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또 왜 이겠습니까? 모두가 사회에서 배워진 잘못된 교육입니다.
자녀들이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가 되기보단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살아가 길 바란다면, 그리고 사람의 겉보다는 마음을 바라볼 줄 알도록 하고픈 부모라면 지금 가만히 아이방에 이 책을 펼쳐 놓아보세요. 덧붙여 교훈뿐아니라 재치와 우스꽝스러운 용, 그리구 만화영화 같은 그림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