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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오바마 대통령이 종종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교육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오히려 미국에서 건너온 이 책이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 책 <아웃라이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비법으로 읽곤 한다. 이 책이 성공의 비법을 알려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을 일개 개인의 성공으로만 한정 짓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벗어나 사회가 건강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은 넌지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그건 아무래도 누구나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내고, 그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우리는 흔히 재능을 가진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그런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들에게 처음부터 재능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재능이 있게끔 환경적 요소가 도움이 준 것이다. 1,2월생이 하키 선수가 될 여건이 더 좋았고, 빌게이츠 역시 컴퓨터를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해볼 수 있는 시간 속에 1만 시간의 연습을 해낼 수 있었다. 하키선수들이 1,2월생이 많은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선수를 뽑는데, 1,2월생의 신체조건이 월등히 좋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은 계속해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게 되고, 결국 프로선수까지 이어진다. 야구나 축구는 정식 경기장이 없어도 경기를 할 수 있지만, 하키의 경우는 장비와 경기장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에 이런 사실에 더없이 들어맞는 통계가 된다. 결국 선택받은 자들만이 1만 시간의 연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해진다. 성공을 과연 노력한 개인의 성취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이 사회에서 자신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영재를 솎아내고, 끊임없이 서열화를 시켜가며 학생들을 가르고 가리는 이 사회 시스템은 자신의 재능을 꽁꽁 숨기고 있는 학생들을 모두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구분짓기 보다는 찬찬히 그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며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수한 학생만 뽑으려하고 그 이후로는 나몰라라 하는 대학들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말대로 개인의 능력차이란 사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결정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놓치게 되는 학생들을 주목하기 보다는 이미 기회를 잡은 학생에만 더 집중하려고 하는 것이 요즘 교육의 현실인 상황에서 추첨으로 대학신입생을 선발해도 된다는 저자의 다소 과격한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결국 1,2점으로 학생을 가르는 것은 어쩌면 편견과 오해에 의한 불필요한 사회적 수고인지도 모르겠다. 지역균형할당제 같은 특별전형들이 더 확대되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모두가 비틀즈가 되고, 모두가 빌게이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또 하나, 문화적 유산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문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행동과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대한항공기 괌사고나, 벼농사를 짓는 것 등이 모두 우리 사회의 문화와 관련있다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설득력도 지니고 있다. 의식적인 학습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 못지않게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유산을 좋은 쪽으로 형성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일깨워준다. 한 두 해마다 바뀌는 정책들이 이런 부분에서 보다 진지한 고민을 담아낸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학교에서 면학분위기를 강조하는 것도 상당히 일리는 있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말랑말랑하지 못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