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 운영전 ㅣ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1
조현설 지음, 김은정 그림 / 나라말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흠흠...
오랜만에 읽어보는 사랑 이야기이다. 아이들 자율학습 감독을 하면서 도서관에 읽을 만한 책이 없나 하고 뒤지다가 가벼운 분량의 책이라 뽑아들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그 부드러운 향기 속에 점점 빠져 들어간다. 운영의 아리따운 모습과 궁녀로서 넘을 수 없는 사랑의 금기, 그리고 김진사의 총명함과 준수함, 유약함이 내 마음을 조금씩 울려온다.
운영. 그녀는 조선의 궁녀로서 안평대군에게 13세부터 길러진 딸과 같으며, 연인과 같은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서 빼어난 시를 짓고,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다. 그 열정과 지성은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로서 너무 매력적이다.
김진사. 총명한 머리와 뛰어난 시재(詩才), 그리고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그가 지향하는 삶이 너무 고고하여 속세의 자질구레하고 비천한 삶과 어울리지 않아 약간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성숙한 운영에게 잘 어울리는 남자이다.
안평대군: 안평의 아내가 운영의 아리따움과 예의 바름, 총명함을 사랑하니 안평에게 운영은 마치 궁녀이면서도 딸과 같은 존재이다. 한편으로 왕족으로서 궁녀를 소유할 수 있고, 시(詩),서(書), 화(畵)를 삶의 이상적인 가치로 삼던 안평에게 누구보다 시를 잘 짓고 아리땁게 성장한 운영에 대한 남성으로서 연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잔꾀가 많아서 안평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안평을 곤경에 빠트린다.
느낌: 운영과 김진사와 같은 사랑을 누구나 꿈꾼다. 이 책을 읽으면 나이를 넘어서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을 꿈꾸게 하는 매력이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으로서 좋은 점은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다루었다는 점. 요즘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나누는 연애관에 젖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은근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괜찮다. 중학생에게 조금 어려운 점은 고전적인 삶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낯설게 다가간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점이 고전을 읽혀야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전 소설 하면 대개 딱딱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사랑의 감정은 백인, 흑인, 황인종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원전은 '운영전'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고전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읽기 좋게 다음어 내놓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