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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지음, 최재철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5년 3월
평점 :
요즘 며칠 동안 일본의 근대소설가 나츠메 소오세키의 '산시로(三四郞)'을 읽었다.
1. 이 작품의 문학성
이 작품은 일본의 근대문학의 형성기에 다시 말하면 서구의 문학 작품이 들어오던
시가의 작품이다. 1908년에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하였으며 소오세키가 영
국에 2년 동안 국비 유학을 다녀온 뒤에 쓴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배경에는
그 당시의 영국 문학, 유럽의 사상적 문화적 흐름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묘사,
서사 등 소설적인 글쓰기 방식이 당시 영국 소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심리 묘사, 사건의 전개 등이 치밀하게 이뤄져 있다. 특히 산시로가 도
시 생활을 바라보는 모습과 거기에 담긴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성장기의 불안이
라는 것이 잘 느껴지는 소설이다. 당시의 조선의 작가들 다시 말하여 이광수나 염
상섭 등의 작품을 읽는 것이나 소오세키의 작품을 읽는 것이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문화적인 정서적인 공통점이 큰 작품이다.
2. 이 작품의 사회성
일본 근대화의 도시, 토쿄를 배경으로 하고 1910년을 전후하여 그 시대를 이끌어가
는 동경제국대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산시로는 작가 소
오세키의 청년기를 보여주고, 히로타 교수는 그의 교수로서의 중년기를 반영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일본의 근대화에 대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초연한 모습으로 살
아가는 모습으로 글진다. 조선으로서나 일본으로서나 정치적인 격변기라 할 수 있
는 이 시기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그러한 격변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다. 도리어 그처럼 시대를 선도하는 인물들에 대하여 이 작품 속에 나타난 주요 인
물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웃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이 다다. 더
이상 일본 사회가 제국주의로 조선 고종의 왕비를 살해하고, 만주를 침략하고, 제
국주의적인 팽창과 식민지를 착취하는 모습들은 작품 속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
다. 도리어 산시로가 부딪히는 일본 수도 토쿄가 도시화되는 모습은 근대의 변화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3. 작가에 대하여
작가 나츠메 소오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산시로나 히로타
교수의 모습을 보면 이러한 시대에 대한 고민을 찾기가 힘들다. 그보다는 근대화라
는 새로운 문명,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느끼는 인간의 소외감 등이 좀더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작가는 이러한 시대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졌을까. 일반적으로 한국에 나
츠메 소오세키를 소개한 글들을 보면 당대의 지성인이라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지
식인을 시대에 대하여 고민하고,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과
연 나츠메 소오세키가 지식인으로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문학으로서
현실에 대하여 발언을 하였는지, 또는 작가로서 노동자 농민의 대중의 삶에 어떻게
애정을 나타내고 동시대인으로서 함께 호흡하였는지가 궁금하다.
4. 그밖에...
- 오포: 어렸을 때 사이렌 소리를 오포라 하였다. 이 작품에 오포란 말이 나오는데
오포(午咆)란 뜻이다. 아마도 일본에서 그 때쯤 정오가 되면 사이렌을 울렸거나
대포 소리를 냈다는 뜻일 것이다.
- 이 작품이 토쿄제국대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도시가 한참 도시의 모습
을 갖추어가던 때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잘 묘사
하고 있다. 조선의 경성이 도시화 되는 모습, 어떻게 경성제국대학을 만들고,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클 것이다.
- '산시로'와 한국 근대소설: 나츠메 소오세키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란
것은 그의 글이 한국 근대 소설과 소설적 기법이나 문화적 배경, 인물의 성격 등이
너무나 비슷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조선 유학생들과 작가들이 일본 작가들의 영향
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이다.
- 번역에 대하여: 외국어대 최재철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그가 서문에 밝혔듯이 아
주 치밀하게 당시의 토쿄 거리와 작품 속에 나오는 유럽의 사상적인 흐름을 주를
달아서 설명하였다. 또한 우리말로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언어를 우리의
언어에 맞게 고심하여 풀이한 모습을 잘 알 수가 있다. 문장이 매끄럽고 어색함을
거의 느낄 수가 없어 한국 문학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일본의 근대를
강제로 조선의 근대에 이식한 역사적 배경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