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각하는 일이지만, 신문 서평, 신간소개 등을 읽지 않고, 바로 처음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이미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고 있는 채로 읽기 시작하는데. 특히나 추리소설등의 경우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소설도 이미 신간소개에서 "마지막 반전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이미 봐버렸고, 자연스레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그 반전을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그래,, "게임의 시작은 '사쿠마 슌스케'야.. 하지만,, 당근.. 반전이 있다잖아.. 그럼,, 진짜 게임의 시작은 누가 시작한걸까?? 아니.. 지금 이게 게임이 시작된건가?? 그래.. '주리' .. 분명 뭔가가 있어.. 석연치 않아.. 주리의 아버지'가쓰라기 가쓰토시'.. 그가 그냥 이렇게 게임을 당하고 있진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계속하면서 읽게 된다.
그러면서, 결국은 하나 하나의 모든 행동들에 의심을 갖게 되고, 그대로 글 속으로 빠져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유괴범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미 나는 이들 셋을 모두 다 보면서, 계속 딴생각만 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재미없게 읽은 건 아니다. 이런 유괴범 이야기는 굉장히 오랜만에 읽었던 것 같고, 예전.. 셜록홈즈에서 읽은게 거의 전부 였던 것 같으니, 소재의 참신함이 좋았다. 게다가 단순 유괴가 아닌, 유괴게임이니 말이다.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으니. 꽤 재미있었다. 물론, 도서관에서 읽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꽤 정교하게 짜여진 듯하면서도 부분 부분.. "아하,, 이 부분 걸리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아니, 어쩌면 이미 내가 마지막 반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 부분이 좀 큰 것 같다. ) 드는 곳이 계속 이어지긴 했다.
마지막에 밝혀지듯.. 주리의 갑작스런 친구와의 통화부분.. 그리고 그걸 삭제하기 위해 갔던 곳에서의 기다리던 사쿠마의 자동차 훼손 부분.. 특히,, 이 부분.. 물론,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리의 노출을 완전히 막는게 .. 아니, 사쿠마에게 있어서는 최대한 주리의 노출을 막는게 목적이었지만,,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좀 느슨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완전 노출시킨 일에서 사쿠마가 너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부분은 좀 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리와의 정사 부분도.. 완벽한 증거가 남는 일을 그렇게 해버리다니..
물론,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 딱히 꼬집는 이유는 우리의 주인공 '사쿠마 슌스케'의 인물됨됨이를 생각했을데.. 너무 허술하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시작된 '사쿠마'에 대한 묘사에서 그가 그냥 그렇고 그런 인물이 아님은 너무도 명명백백하다. 스스로도 자신의 철두철미를 얘기하고 있고, 특히나 맘에 들었던 부분은 그가 '시간낭비'를 극도로 싫어한단 점이다. (나도, 항상 '시간낭비'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완전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시간을 버려버리고만 있기에.. 그 부분만큼은 진짜 맘에 들었다. ) 더군다나, 항상 모든 일에 대해 이미 먼저 계산하고, 결과를 미리 예견하고, 현재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사쿠마'에게 내가 지적한 부분은 너무도 허술하고, 오히려 말이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결국엔 그 부분들이 이 소설의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고,, 아,, 그리고 또 한 부분.. 사쿠마가 주리의 사진을 찍는 부분도.. 완전 김샜다. 결국, 그 사진을 쓰게 될거라는걸 완전 광고하는 효과가 극부상됐기에 말이다.
결국, 내가 이 소설에 마지막 반전이 있단 걸 전혀 몰랐다면.. 정말 그대로 제목만 보고, 쓰~~윽~~! 골라서 그냥 읽기 시작했다면, 이런 부분들에서 이렇게까지 잡고 늘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추리소설 읽을 때. 거의 암 생각 없이 그냥 그대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따져가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가쓰라기'가 경찰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걸 알겠고, 괜시리 '사쿠마'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있는거네..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그 부분이겠지만.
철저히 '가쓰라기'의 생각대로 '사쿠마'가 움직여줬으니 말이다. 물론, 말의 어폐가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내가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 것은 역시 이 소설의 원제이기도 한 '사쿠마의 게임 이름인 - 청춘의 가면-'이다.
오호... 결국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면을 쓰고 있는게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가면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게 무능한 것일까??
왠지 지금의 나로서는 후자에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
이 말을 믿고 있다. 믿는 만큼 참 어려운 일이라고도 역시 생각한다.
과연 지금 내 얼굴에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아니, 책임지고 싶지 않은게 속맘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맘에 안드는 부분은 마지막 사쿠마의 히든카드다..
으.. 그 부분은 글쎄 뭐라고 해야할까.. 단순한 실망이라기 보다는 그래.. 결국 그거겠지.. 하는 맘을 완전 그대로 반영해버렸으니..
오히려 정말이지 아무런 정보없이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훨씬 더 잼나게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끈 불끈 솟아난다.
역시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건데.. 자꾸만 게을러지고 귀찮아지다보니. 그냥 서평이나 신간소개에 자꾸만 더 기웃거려지고 있는게 현재의 나이고 보니.. 앞으로도 이런 기분을 더 많이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싫다.. 싫다.. 하면서도,
그 싫은 짓을 반복 재생산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자기 스스로가..
현재 내 가장 큰 문제이자. 꼬리를 문 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