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백탑파 첫 째 이야기였던 '방각본 살인사건'을 덮으면서, 손꼽아 기다렸던 작품.

이제야 읽으면서, 역시...

더군다나 마지막의 결말은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꼭, 다 읽고 나서야.. 아~~ 맞아~~!! 그래서, 거기가 그랬던 건데.. 맞다. 바로 그거였는데..

하면서, 뒷통수를 긁적이게되는걸 보면.. 역시나 추리소설은 끝까지 생각을 놓치면 안되는건데..

물론, 그만큼.. 작가의 생각이 항상 더 앞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열녀문의 비밀'

소시적에 많이 봤던 '전설의 고향'부터 시작해서, 얼마전 '스캔들'이란 영화까지..

그야말로 단골 소재인 '열녀'..

이 소설에서도 계속 제기되는 "열녀??!!"

그래, 그럼 과연 "열녀"란??!!

과연 누구일까??

아니,, 누가 "열녀"를 정하는 것일까??

이게 단순히 그 옛날의 "열녀"의 문제가 아닌, 바로 현재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김아영..그녀는 시대를 앞서갔다. 앞서가도 너무 많이 앞서가서, "비밀"의 주인공이 되고만다.

백탑파의 그 많은 서생들이 단지 머리 속에서만 만들어낸 일들을 직접 몸소 실천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 소설이 페미니즘 소설이라던가 하는 등의 부류로 한정 시키지 않고, '김아영'이라는 인물, 그 자체로 보더라도,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읽고 배우고 생각한 바를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서 성과를 이뤄낸 인물이다.

현재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실의 나 자신이 항상 벌써, 몇 년째 해내지 못하고, 그저 '꼬리를 문 뱀'으로만 남아있는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인 나 자신의 문제를 벌써 200년도 전의 인물이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단순한 소설..이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할 수 밖에는 없다고 본다. 의식적으로 반영해야지, 투영해야지, 만들어내야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우리가 숨쉬듯 자연스럽게 그냥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국, 우리의 '김진'이 아직 나 자신은 끊지 못한 '꼬리를 문 뱀'의 굴레를 끊고, 문제를 해결한다.

'김진과 이명방'..

그 동안 보아왔던 많은 소설의 주인공들과 참 많이 닮은 듯 하면서도, 그렇다고 판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줍잖은 생각을 더더욱 어줍잖은 글로써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매력적이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그들의 캐릭터가  계속 남는다.

'이상과 현실'. 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나눔으로 이 둘을 나눌 수도 없고,

분명 '김진의 이상'에는 현실에 담겨 있다. 그가 정조에게 김아영의 열녀비 하사를 추천하는 대목만 보아도, 그는 단순한 이상가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더 확실히 직시하고, 확인하고 있다. 현실의 한계를 스스로 자신의 두 손으로 더 확실히 부딪치고 있다.

김진의 현실과 김아영의 현실.

이 둘의 현실이 어느 정도 다른 것인지 솔직히 현재의 나로서는 대강의 것만을 떠올릴 수 있지, 그들처럼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현실에 나 역시도 분노를 느끼고,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 현실에서의 깨어남에 부러움을 또한 감출 수 없다.

현재의 나는 그보다도 훨씬 더 편한 현실조차도 깨쳐내지 못하고 있기에.

'자신의 삶을 개척하라'하라는 이 좋은 말이 실제 실천하기에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백탑파의 다음 이야기가 또 다시 손꼽아 기다려진다.

사실. 처음 '방각본 살인사건'을 읽을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단지 소재의 특이함과 더불어 제목의 독특함에 끌렸었는데. 이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 취할 수 있어 그 기쁨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음이 가슴 아프다.

제발 김탁환님이 좀 더 빨리 이런 독자의 마음을 알아주시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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