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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생애 처음으로 받은 서평단 도서입니다.
처음 신청해봤는데, 이렇게 덜컥 서평단이 되서 책까지 받게되다니..
이보다 기분 좋은 경험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운 행운에 더 없이 좋습니다.
-- 고슴도치의 우아함--
르네와 팔로마.
두 사람은 바로 같은 아파트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았다.
물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너무도 달랐지만.
아니, 사회적 지위등 이런 계급주의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주 오랜시간 그 두사람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르네.. 쉰 네살의 아파트 수위인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아니 자신의 세계를 꽁꽁 지키는 것만이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깨달았었기에 그녀의 삶을 고슴도치의 가시로 세운 방어벽에 보호하고 있었다.
" 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 p.206 "
팔로마 ..열 두살의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를 너무 일찍 깨달았고, 더 이상 자신의 연약함 힘으로는 고칠 수 없는 그녀의 가족에 절망하고, 자기 자신도 그만 포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스스로 결정한 뒤 자신의 가장 마지막 위대한 작품을 남기겠다며, 방화와 자살을 결심하며, 그 마지막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 치료받기 원한다면
다른 이들을
치료해요
그리고 운명의 이 행복한 급변에
웃거나 울어요 // p.425
''나는 내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잘 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아빠, 엄마, 특히 콜롱브를 원망했는데, 왜냐하면 난 그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었고,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병이 너무 깊고, 나는 너무 약하다. 나는 그들의 증세를 잘 보고 있지만, 난 그들을 치료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 역시 그들처럼 병자로 만들었는데, 난 그걸 알지 못했다. 미셸 아줌마 손을 잡으면서 나는 나 역시 병자였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어쨌든, 난 내가 고칠수 없는 사람들을 벌하면서 나를 치유할 수 없다. ---p.426 "
'' 즉 나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없다고 슬퍼하는 대신에, 나는 다른 이들, '치료 가능한 자들',구원받을 수 있는 자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고 믿었다.--- p.427 "
" 그러니까 오늘 내 깊은 사색은 이거다. 난 처음으로, 사람들을 살피고, 저 너머를 바라보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하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이 사색이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코 우리가 확신하는 저 너머를 보지 않으며,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만남을 단념했다는 것, 이 영원한 거울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알아보지도 모샇면서도 자기 자신만을 만나려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걸 깨닫는다면, 만약 우리가 타인 속에서 결코 자기 자신밖에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사막 속에 홀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린 미쳐버릴 것이다. --- p.208 "
" 그렇다. 이건 분명 어른들의 수다지만 그래도 카쿠로와 있으면 좋은 것은 그가 모든 걸 예의바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설사 그가 하는 말이 별 재미가 없어도 아주 유쾌하다. 왜냐하면 그는 진정으로 당신에게 말하며, 당신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난 처음으로 누군가 내게 말할 때 날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난 셈이다. 그는 찬성이나 반대를 노리는 대신, "넌 누구니? 나랑 얘기하고 싶니? 너랑 있으면 정말 즐거원!"라고 말하듯 날 바라보았다. 난 바로 이게 예절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건 자신이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태도라고 생각한다. --- p.245 "
가장 진부한 표현이면서도 이렇게 다시금 반복할 수 밖에 없음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면서도 이런게 인생인가 싶은것이 동서고금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은 항상 소통을 원하면서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으며, 그 마지막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만족감 속에서 삶을 마감할지 아직 알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우리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원한다.
팔로마는 자신의 절망의 이유도 확연히 모른채, 어쩌면 너무도 영리한 아이라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과 방화를 결심한다. 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기고 싶다는 소망에 자살과 방화라는 가장 파괴적인 방법으로 모든 것을 부수고 싶어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이미 내린 결정으로 더 힘들어하고, 마침내 르네와의 만남에서 이 모든 파괴가 치료받지 못하고, 구원받지 못한 스스로의 고통때문임을 알게된다. '도와주세요, 저 좀 구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녀가 르네의 무뎌지지 않을 것 같은 가시를 어루만지고, 그 가시가죽을 벗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자신과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가족의 구원도 희망할 수 있게 되었다.
르네는 너무 일찍 알아버린 세상의 부조리로 인한 충격으로 자신을 인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야만 하는 그녀의 모든 재능가 지성, 희망과 행복을 일찌감치 포기한채 그저 충족되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어두운 골방에서 혼자만의 자족으로 위장한채 나름의 城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城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그녀가 구사할 수 있는 어휘도 제대로 쓰지않고, 오히려 어리숙한 수위의 전형을 연기해야만 했다. 과연 그녀각 만족할 수 있었을까?그렇다고 르네가 다른 사람들을 단순히 폄하하거나 조롱한 것만도 아니다. 그저, 그녀는 그들의 그런 허래허식과 가식과 그들의 결여를 보면서 오히려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다. 르네는 그저 더 이상의 꿈도 희망도 갖지 않은채 그냥, 그대로 이제 흘러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이제 '동백꽃'이 피어나서 그 붉은 꽃잎과 향에 취해서 본연의 르네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동백꽃'을 한아름 가득 안고 달릴 수 있을때, 거기서 르네의 인생의 마지막이 찾아온다.
" 어떻게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결정할까? 중요한 건, 팔로마가 언젠가 내게 말했듯 죽는게 아니라 죽을 때 뭘 하는 가이다. 나는 죽는 순간 뭘 했지? 나는 내 가슴의 온기 속에 이미 준비된 대답을 가지고 자문한다.
나는 뭘 했지?
나는 다른 어떤 사람을 만났고,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게는 단지 체념한 그림자일 뿐이었던 뤼시앙의 약간의 부드러움만 빼고는, 애정적으로 심적으로 황량한 오십사 년 후에, 지하생활과 고독한 정신의 쿠션을 넣은 내면에서의 소리 없는 승리의 오십사 년 후에, 내가 나의 쓸데없는 욕구불만의 배출구로 만들었던 신분제도와 세상에 대한 증오의 오십사 년 후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다른사람과 결코 함께 하지 않았던 오십사 년 후에,
언제나처럼 마누엘라야,
카쿠로 씨도요,
그리고 내 영혼의 자매 팔로마야.
내 동백꽃들아.
나는 당신들과 함께 내 마지막 차를 마시겠어요.--- p. 472 "
" 즉, 生은 많은 절망이 있지만, 또 다른 종류의 시간인 아름다움의 몇 순간들도 있다. 마치 음악의 한 소절이 시간속에 일종의 괄호와 정지를, 바로 여기 속의 다른 곳, '다시는'속의 '언제나'를 만드는 것처럼,
그래, 바로 그거다. '다시는' 속에 있는 '언제나'
걱정마요, 르네. 나는 자살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아무것도 불태우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 나는 이제부터 다시는 속의 언제나를 추적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바로 이 세상속의 아름다움. --- p. 480 "
세상에 분노하고, 울분을 억누르지 못해, 결국은 터지고, 폭발해버리고..
혹은 세상에 절망해 그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아예 그 깊은 늪속으로 점점 파고들어가버리고..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부조리와 편견, 그리고 절대 소통할 수 없다고 미리 못박고, 시도조차도 해보지 않는 우리의 옹고집을 이제 조금만 열어 놓는다면, 꽁꽁 숨어서 자신만의 충만되지 못한 자족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가시를 아주 조금만, 쓱쓱 어루만지자,
이렇게 내 작은 손으로, 비록 이제는 가시끝에 손을 대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쭈욱 뻗어버린 내 가시에 손을 뻗으려 애만 쓰지 말고, 바로 우리 옆의 다른 고슴도치의 가시에 비록 찔려서 상처가 날지라도 그의 가시에 내 손을 뻗고, 서로 같이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