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일기를 공개해놓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 혹은 ‘내 일을 알리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기면, 그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괴로움이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자신이 올린 글에 댓글이 다섯 건이나 붙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인한 괴로움이 일순간 사라져 얻게 된 쾌락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쾌락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곧 ‘이번에도 좋은 글을 올려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아, 계속 잘 쓸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앞으론 다섯 건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으면 좋겠다는 새로운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쾌락에 대한 착각이다. 처음에 10포인트의 불안과 괴로움을 바쳐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면, 그 만큼의 괴로움이 사라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이것을 순수한 쾌락으로 느낀다. 이렇게 되면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불안과 괴로움은 좋은 것이라고 착각해 버린다. 이것은 ‘좀 더 괴로우면 좀 더 큰 쾌락을 맛볼 수 있으니 좀 더 고생하자!’라고 스스로 세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고통=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만일 블로그에 좋은 글을 올리기 위해 30포인트의 불안과 괴로움을 바쳤다면, 그런 고통이 30포인트만큼 사라져야만 마음은 30포인트의 쾌락을 맛보았다고 착각할 것이다. 어느새 10포인트에 만족하지 못하고 30포인트를 추구하게 된 것이고 이 과정에서 괴로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언제나 좋은 콘텐츠를 갱신해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시달리다가 이것이 너무 커져 견딜 수 없게 되면, 결국 블로그를 포기하고 돌보지 않게 된다. 

: 생각버리기 연습, 121~123쪽, 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2010.9.10. (1판1쇄)


 

<생각 버리기 연습>은 1978년생 일본의 젊은 신세대 주지스님, 코이케 류노스케(小沚龍之介)가 쓴 책이랍니다. 책날개에 적힌 소개글을 읽어봐요. 스님이란 호칭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경력들이 눈에 띕니다. 「2003년 웹사이트 ‘가출공간’을 열었다. 그 후 절과 카페 기능을 겸비한 ‘idea cafe’를 열었고...」

그래서 그런지 책속에는 인터넷과 관련된 단어들이 무척 많답니다. 윗글에서도 읽으셨잖아요. 블로그는 물론, SNS, 미니홈페이지, 게시판, 이메일, 믹시, 페이스북 등등. 지금까지 불교에서 다뤄지던 용어들과 그 성질이 사뭇 다르죠? 

책의 진행은 이래요. 먼저 ‘인간은 생각하기 때문에 무지(無知)하게 된다’라며 ‘생각’이라는 병을 일러주죠. 다음은 ‘말하기/듣기/보기/쓰기와 읽기/먹기/버리기/접촉하기/기르기’라는 8가지 분야로 나눠 ‘짜증과 불안을 없애는 연습’으로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법’을 적고 있답니다. 마지막 3장은 뇌과학자와 스님과의 대담인데, 과학과 종교의 가벼운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건, 앞서 잠시 이야기 드렸듯 인터넷 용어들이 시시때때로 등장하고, 인터넷 생활을 바라보는 스님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이에요. 요즘 우리 삶에서 인터넷은 아무래도 빠질 수 없는 건가 봐요. 특히나 ‘쓰기와 읽기’에선 더더욱 말이에요. 팔정도(八正道), 육문(六門), 실념(失念), 만(慢), 십선계(十善戒), 무명(無明) 등으로 설명되는 인터넷 세상. TV에서 듣던 말이 딱 생각나네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불교성 용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울 거란 걱정은 않으셔도 좋습니다. 글쓴이는 <생각 버리기 연습>이란 제목처럼 어려운 것, 복잡한 것, 외워야 하는 것에서 벗어날 것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 주위를 둘러 싼 정보라는 숲 속에서, 홀가분한 인터넷 무소유 생활을 꿈꿔 보셨나요?  

그럼, 카페 운영자 주지스님과 산책 한 번 가볍게 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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