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나는 요즘 병원 유리문 너머로 그분들을 보면서 삶의 철학을 배운다. 아침마다 창밖으로 그분들을 눈여겨보고, 또 최근에 진료실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분들이 나보다 훨씬 많이 웃고 계시다는 것이다.
창을 통해 보면, 아홉 시경까지 남은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담배를 피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늘 웃고 있다. 병원에 와서도 두세 분이 같이 오시면 예외 없이 대기실에서 서로 재밌는 얘기를 하면서 웃고 있고, 진료실에서도 늘 웃으면서 들어온다.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고학력에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표정이 심각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병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바람이 제법 찬 가을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근사한 카페에서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은 표정들이 대개 심각하다. 그러나 안동 막창골목에서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돼지 막창을 굽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떠들썩하고 유쾌하다.
이것도 분명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엔트로피의 문제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 따르면, 폐쇄계에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면 결국 그만큼 쓰레기가 쌓이므로 외부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자체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언젠가는 쓰레기만 쌓여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은 어떨까. 소위 이성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가 되어 ‘고상한 척’하고 사는 사람들은 정신 에너지의 고갈로 뇌 속에 찌꺼기만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뇌 속 기쁨의 센서가 낮게 세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행복의 총량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일까.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82~283쪽, 박경철, 리더스북, 2007. 3.
♣ 나는 진우 씨를 보면서 인생을 배웠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당당하게 맞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륜이 무너진 시대에 정말 사람답게 살고자 노력한 사람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소리친 것이다.
“그래 나는 문둥이 아들이다! 이 진짜 문둥이들아!”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54쪽, 박경철, 리더스 북, 2007. 3.
♣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인간은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산다...
♣ 인간은 사람답게 살아야 사는 것이다...
♣ 인간은 사람다워야 사람이다...
사람다움... 살기 위함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한 사람다움이란 무엇일까?
글쓴이는 평범하고 순박한 시골사람들에게서 그 답을 찾았다. 자신의 생존을 주장하고, 자신을 위한 정의를 고민하며, 자신의 부를 통해 남의 가치를 가늠하는, 고학력에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은 아니란다.
비록 많이 배우지 못했고 설령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일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어가며, 자신의 좋은 일에 남을 떠올리고, 자신의 아픔을 통해 남의 고통도 헤아려 볼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사람다운 사람이란다.
시골의사 박경철. 그런 사람다운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는 그의 삶은 진정 아름다울 수 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