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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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을 다룬 소설이다. 그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화가’와 <달>과 <6펜스>는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찾으며 읽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달>과 <6펜스>. 도대체 「서머싯 몸」은 왜 그런 제목을 붙인 걸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고마운 이유는 이럴 때 친절한 작품해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세계를 가리킨다. 또는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암시하기도 한다. 둘 다 둥글고 은빛으로 빛난다. 하지만 둘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달빛은 영혼을 설레게 하며 삶의 비밀에 이르는 신비로운 통로로 사람을 유혹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어두운 욕망을 건드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빠지게도 한다. 그래서 달은 흔히 상상의 세계나 광적인 열정을 상징해 왔다. <6펜스>란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銀貨)의 값이다. 이 은화의 빛은 둔중하며 감촉은 차갑고 단단하다. 그 가치는 하찮다.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 달과 6펜스, 작품해설(송무), 309~310쪽, 서머싯 몸, 민음사, 2010. 1.





  그럼 <달>이란 소설 속 주인공 스트릭랜드, 아니 고갱이 가지고 있던 ‘상상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 된다. 반대로 고상한 척 보이고 싶어 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잘 팔리는 그림만 그리는 스트로브, 돈과 명예만이 최고라 여기는 카마이클 등등은 모두 싸구려 <6펜스>들이 되겠다. 명쾌하다. 『인간의 굴레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서머싯 몸은 우리에게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버리고, 본원적 감성의 삶을 향해 보자고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se)』라는 제목을 붙였나 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사실 소설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가장 많은 말을 하며, 누구에게나 사랑과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은 ‘화가’가 아닌 ‘소설가’로 1인칭 화자인 ‘나’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스트릭랜드의 유일한 관심을 얻을 수 있고, 홀로 아파해야하는 스트로브의 고뇌도 이해할 수도 있으며, 스트릭랜드 부인의 속물근성도 너그럽게 넘겨줄 수 있고, 카마이클의 숨겨진 본심을 듣고서도 나무라지 않을 수 있는 ‘나’. 그렇다면 ‘나’는 <달>인가, 아니면 <6펜스>인가?  


 




  달콤한 현실에 적당히 발 담그고서도, 치열한 이상을 적절히 그려낼 수 있는 소설가.


  구릿빛 동전 하나 놓칠까 꼭 쥔 채, 어두운 밤 돌아올 길 잃을까 주저하는 내게,  


  은빛 <6펜스>를 쥐고서도, 환한 <달>을 바라볼 수 있는 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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