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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세요.
"있지도 않을 일들을 도대체 뭣하러 그리 쓰고, 뭣하러 그리 열심히 읽는데?"
그렇죠? 생길 법하지도 않은 일들을 무엇에 쓸려고 그러는지, 지치지도 않고 적어내는 작가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맨 앞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죠. <나무>, <파피용>, <신 1~6>, <인간>을 줄기차게 써 내려 온 그가 이번엔 <파라다이스>를 통해 그 용도를 좀 알려줄 건가 봐요.
보통 모든 것은 이런 간단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만약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들을 교수형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태주의 사상을 갈 데까지 밀고 나가보자.) <만약 인간이 꽃처럼 번식한다면 어떻게 될까?><만약 사람들에게 과거를 잊으라고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만약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이 단편집에 인류의 <있을 법한 미래>에 관한 전망, 그리고 나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 즉 <있을 법한 과거>를 섞어 놓았다. <있을 법한 과거>는 그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썼다. 미래를 보면 볼수록 나 자신의 과거가 증발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머리말, 7쪽)
「갈 데까지 밀고 나가보자...」
그의 최신작 <파라다이스 1>에는 '그래, 세상이 지금 이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어떻게 되는지 내가 보여주마' 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짧은 이야기 7편이 담겨 있답니다.
♠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 오존층에 기어코 구멍을 뚫어야 겠다 이거지. 좋아. 그럼 모두 사형이야!
♠ 존중의 문제
: 정말 무엇이든 돈이면 다 된다는 거야?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내주지!
♠ 꽃 섹스
: 지구엔 인간이라는 생명만 사는 건 아니거든. 힘들게 한 번 살아볼래?
♠ 사라진 문명
: 그 따위로 해봐. 나중에 인간은 개미 과학자를 통해 발굴되는 신세가 될 걸?
♠ 안개 속의 살인
: 거창한 의도를 가진 척 우쭐대는 언론. 하지만 진실은 밝혀 지는 법이야.
♠ 내일 여자들은
: 오늘 남자들이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내일 여자들은 이렇게 기억할걸.
♠ 영화의 거장
: 종교, 국가, 역사가 꼭 필요한 것이냐구? 좋아, 그럼 모두 없애 주지!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어떠세요?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만약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그런다면 그 만약이 정말 우리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어떤 현실이 미래에 존재할 수 있으려면, 누군가가 오늘 꿈에서 그 현실을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에서 놀라운 것이 있다면 그건 이미 우리 조상들이 꿈에서 본 것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날 좋은 일은 우리 중 누군가가 지금 꿈에서 볼 수 있다. 그걸 기억해 두어야 한다. (216쪽)
여러분! 정말 있지도 않을 일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정말 만약을 위해서 한 번 쯤은 읽어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행여나 하늘 무너질까 노심초사, 밤새 잠들지 못하고 반짝이는 별빛을 담아 내는 작가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참, 베르베르씨! 그러고 보니 이번엔 <있을법한 미래>를 쓴 작가가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미래>를 쓴 작가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