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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내가 간 날은 평일이었는데도 사람에 휩쓸려 죽을 뻔했다. 주요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평균 25만 명 정도가 모이는데 지난 3년간 국기게양식에 다녀간 사람이 무려 3천만 명이 넘는단다. 국경일에는 더 화려하다는데 시골 사람들이 이것을 보려고 며칠씩 광장에서 노숙을 한다니 중국 사람들의 국기에 대한 사랑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나도 국기 하면 ‘한 국기’ 하는 사람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여행 중에 늘 작은 태극기를 가지고 다니며 설명과 자랑을 한다. 아프리카, 중동 여행이 끝난 다음부터는 대형 국기도 한 장 넣어 다녔다. 여행하면서 갖가지 위험한 일을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에 하나, 내가 오지에서 불귀의 객이 되면 태극기로 나를 덮어야겠다.’
자칭 타칭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사람이 웬 감상적 민족주의냐고?
나도 예전에는 언제 어디서나 나 자신이 ‘한비야’라는 개인만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섞여보니,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나를 확인시키는 첫 번째 창은 한비야가 아니라 ‘한국인’이었다. 내가 한국 사람임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세계 시민의 일원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외국에서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맨 처음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름일까? 천만에.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다. 국제 회의에서 모르는 참가자끼리 만날 때에도 명찰에 써 있는 국적이 이름보다 훨씬 궁금하다. 이름은 그저 한 가지 개인 정보에 지나지 않지만, 그 사람의 국적을 알면 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혹은 그 사람의 세계가 그려지면서 비로소 공통 화제를 찾을 수 있다. 개인차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느 문화권에서 왔는지만 알아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자연스레 한국은 내 울타리이자 베이스캠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문화적, 생물학적 특징을 규정하는 울타리이자, 지쳤을 때 쉬고 동질감으로 재충전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베이스캠프. 해외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던가. 십수년간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애국에 대해 일가견이 생겼다. 애국이란 무엇인가? 나에게는 단순 명료하다. 제 집 울타리 안팎을 애정으로 가꾸는 것이다. 비록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일지라도 잘 가꿔진 울타리가 있다는 건 남에게도 떳떳하고 내 마음도 든든한 일임에 틀림없다.
: 중국견문록, 177~178쪽, 한비야, 푸른숲, 2009. 8.

한비야 님의 글을 읽고 우리나라의 국기,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생각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 뒤편에 당연한 듯 당당히 걸려 있던 태극기. 같이 기뻐하고, 같이 으쓱했지만, 건곤감리가 무슨 뜻이고,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 도통 떠오르질 않습니다. 부끄럽네요.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어디를 찾아봐야 할까요? 찾고 찾습니다. 법제처. 여러분은 ‘대한민국국기법’과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으로 태극기 그리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6조’가 ‘국기의 깃면을 그리는 방법’이랍니다. 자세하게 적혀져 있지만, [문자생략], [그림생략]이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더 찾아봐야겠죠? 소관부처가 ‘행정안전부’라는데요.
행정안전부로 오긴 왔는데... 그 많고 많은 부서 중에 어느 곳일까? 한참을 둘러본 끝에 ‘장차관직속기관’이라는 걸 알아냅니다. 그렇지만, 아직 끝은 아니죠. 장차관직속기관에도 또 여러 부서가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똑똑 문을 두드려야 할 곳은 ‘의정관’이랍니다.
이제야 2시간 남짓 찾아 헤맨 우리 태극기의 모든 것을 읽고, 볼 수 있습니다. ‘태극기에 담긴 뜻’을 먼저 볼까요?
우리나라 국기(國旗)인 '태극기'(太極旗)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로 구성되어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가운데의 태극 문양은 음(陰 : 파랑)과 양(陽 : 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네 모서리의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효(爻 : 음 --, 양 -)의 조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 가운데 건괘(乾卦)는 우주 만물 중에서 하늘을, 곤괘(坤卦)는 땅을, 감괘(坎卦)는 물을, 이괘(離卦)는 불을 각각 상징한다. 이들 4괘는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즐겨 사용하던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극기는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韓民族)의 이상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태극기에 담긴 이러한 정신과 뜻을 이어받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이룩하고,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건(乾), 곤(坤), 감(坎), 리(離)를 그려봐야겠죠.

한비야 님은 세계를 혼자 걸어서 일주하는 동안 짐 무게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볼펜조차 하나 밖에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 가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챙겼는데, 그림엽서, 단소, 태극기였데요. 한국을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림엽서로 장독대, 대청마루를 보여주고, 단소로 군밤타령, 아리랑을 들려주기 위해서요. 주소를 주고받을 땐 이름 옆에 태극무늬를 넣어주었다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는 그들에게 태극기를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다는데요.
한국을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누구를 만나더라도 태극기에 담긴 뜻 정도는 설명해 줄 수 있는 한국인이 되어 봅시다. ^^*
※ 행정안전부 > 실·국 > 장차관직속기관 > 의정관을 방문하시면 태극기 홍보책자 보기(다운로드) 가 있답니다. 이 책자에는 태극기의 내력, 담긴 뜻, 그리는 방법, 경례 방법, 게양 및 관리방법, 대한민국국기법,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등이 26쪽에 걸쳐 많은 그림들과 함께 자세히 적혀있어요. 태극기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무척 도움이 될 거에요. 
□ 참고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