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참 험악하다구 ?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특히 사람이란 정말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 있을 때 크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요즘에는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의사건 정치가건 상인이건 판매원이건 하나같이 남을 속여 벗겨먹으려고만 든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스티븐 브릴이라는 사람이 뉴욕 시의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그런 일반의 통념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시험해보았다. 브릴은 영어를 잘 모르는 돈 많은 외국인인 체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자기를 속이려 드는지 알아보려고 택시를 수없이 타보았다. 친구들은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를 속이려 들 것이라고 앞질러 장담하였다.
그를 속인 기사는 서른일곱 사람 가운데 한 사람 꼴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를 똑바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정확하게 요금을 청구했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 차를 탈 필요가 없다고 일러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심지어는 차에서 내려 그곳이 얼마나 가까운지 가리켜주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몇몇 기사들은 뉴욕이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곳이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신문에서 거짓말하고 도둑질하는 경찰관, 씨 뿌리지 않고 거두기만 하려는 의사, 입신에만 급급한 정치가 같은 이들의 부정과 부패에 관한 기사들을 끊임없이 대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가 없기를. 사실 그런 이들은 예외이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브릴의 조사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믿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있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칠십 퍼센트에 이르는 사람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신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세상을 험악하다고 하는가 ? 천만의 말씀이다.
: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62~63쪽, 로버트 풀검, 김영사, 1993 3. 3.
미국인의 생각이 모두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세상이 험악한지를 택시기사로 시험해보겠다니요. 택시기사... 그들은 현재를 생각하며,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분들 아니던가요? 미래를 자신의 뜻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짐작만으로 상대방의 처지와 마음을 다 아는 척 하는 이들이 언제나 세상을 험악한 곳이라 속여 온 게 아니었던가요?
미국에서도 경찰관, 의사, 정치가들 중에 몇몇(지금은 더 많을지도 모르죠)은 세상이 험하다고 헐뜯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행이죠. 글쓴이 말처럼 비록 뉴욕일지라도 그렇게 땀 흘리며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험악하지 않다니까요. 이젠 빈부격차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미국 세상도 그리 험악하진 않다는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부모님을 가진 한 아가씨의 글을 읽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기희생과 그로 인한 좌절, 고통으로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지 또 자신을 꾸짖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엔 안타까운 심정으로 눈물 흘리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댓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가 세상을 험악하다고 말하나요? 천만에요.
세상의 칠십 퍼센트 아니 구십 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세상이 험악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세상은 땀 흘리고,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며, 함께 눈물 흘리는 분들로 칠십 퍼센트 아니 구십 퍼센트가 이루어져 있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