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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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영어로 Hospice라고 쓰이는 이 단어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틴어 hospes(손님)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저에겐 Hospital(병원)과 Peace(평화)의 줄임말로 기억되고 있답니다. 

왜 갑자기 호스피스냐구요? 「인생 수업」. 이 책이 바로 호스피스를 몇 십년동안 해온 두 명의 글쓴이들 책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편안한 죽음을 도와주는 글쓴이들의 책 제목이라면 ‘죽음 수업’은 그렇더라도 ‘평화로운 죽음’ 정도가 어울릴 법한데, 오히려 삶을 가르치겠다는 뜻의 ‘인생 수업’입니다. 

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2.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자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4. 상실과 이별의 수업   

5.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6.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7. 영원과 하루      8.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9. 용서와 치유의 시간      10.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이미 말기 환자 5백여 명을 인터뷰하여 <죽음의 순간>이라는 유명한 책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막상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죽음에서 배울 수 있는 참된 가르침으로 삶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습니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미래가 아닌,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 오늘을 묻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습니까?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은 언제였습니까? 아기의 머리를 만져 본 것은? 정말로 음식을 맛보고 즐긴 것은? 맨발로 풀밭을 걸어 본 것은?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습니까? 이것은 다시 얻지 못할지도 모르는 경험들입니다. 우리 모두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한 번만 더 별을 보고 싶다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언제나 정신이 번쩍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를 볼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별 아래에 살지만, 가끔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나요? 삶을 진정으로 만지고 맛보고 있나요? 평범한 것 속에서 특별한 것을 보고 느끼나요? (260쪽) 

그러나 가슴 뛰는 삶, 살아있는 삶을 응원하는 곳곳에, 문득문득 등장하는 기독교적 운명론은 왠지 어리둥절합니다. 

우리는 일어날 시간을 정하고, 알람을 맞추고,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등의 일이 우리 자신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 뒤에 더 큰 그림이 있음을 잊어버립니다. 우리가 깨어나 또 하루를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분은 신입니다. (204쪽) 

삶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때 우주는 우리에게 운명을 완성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순종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일까요? 또는 어떤 상황일까요? 매일, 매 순간, 매 상황이 순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223쪽) 

우리는 이제 고단한 삶의 한 모퉁이일지라도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쳐다볼 수 있습니다. 왜냐면, 신이 아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당부했기 때문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신이 아닌 그들은 삶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통해 살아가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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