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포탈에 <제 7일>을 검색했더니 연관검색어 하나가 따라온다. '제7일읽지마세요.' 안티가 보이콧이라도 시작했나 생각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게 아귀가 맞질 않는다. 내가 파악한 작가 위화는 성향 상 안티라는 단어를 연상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링크를 타고 따라가 보니 대강 사건은 이랬다. 얼마전 교보문고에 진열되어있던 작품들 표지 위에 포스트잇 하나가 붙었더랜다. '제 7일 읽지마세요. 당신의 마음이 슬퍼집니다.' 그럼 그렇지. 위화가 또 사람 먹먹하게 만드는 소설을 내놨구나. 그리고 위화의 <제 7일>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느껴지는 이 감흥, 마치 어릴 적 집 앞에 쌓아올린 눈사람 같다. 행여 하룻밤 사이에 줄어들까 아쉽다. 


그러니까 7번째 날이라는데, 제목만 보더라도 창세기의 냄새가 난다. 아니나 다를까, 목차를 넘기자마자 창세기의 한 구절이 나온다. 이만 보더라도 작품은 기독교적 모티프를 차용하고 있으며 작품 곳곳에 창세기를 암시하는 메타포들이 즐비할 것이 분명하나, 초딩때 매주 토요일 하교길을 점거하던 교회 전도사 할매들한테 성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게 종교인생의 전부인 내게는 그것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능력이 전무하다. (입소문만 듣고 찾게된 벨라 타르의 작품 <토리노의 말>도 2시간 반을 지겹게 보고나서 이게 뭔가싶은 혼란스러움에 인터넷 검색을 하고난 후에야 창세기를 모티프로한 영화라는 걸 알았다.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당시 나의 참을성은 정말 대단했다. 후...) 아쉬운 대로 성서적 코드는 저멀리 미뤄두고 읽었는데 이 작품, 그럼에도 정말 좋다. 


이야기는 양페이라는 한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작품에서 양페이의 타이틀은 주인공이라기 보단 화자에 가깝다. 이야기가 일자로 선이 굵은 것이 아니라, 여러 독립적인 사건들이 나열된 에피소드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탓이다. 물론 양페이의 인생 서사를 구심점으로 각 에피소드들이 어느정도의 인과는 갖추고 있으나 이야기 구성 상 그건 그리 중요하진 않다. 에피소드들을 각각의 덩어리로 응집시키는 건 특정 사건이 아닌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단지 사건 묘사만으로 인물 간의 관계라는 관념을 이 정도로까지 구체화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굴곡의 인생 끝에 자신의 진실한 사랑은 양페이였음을 깨닫는 리칭, 선로에 떨어진 갓난아이 양페이를 데려와 자신의 인생을 바쳐 극진한 사랑으로 그를 길러온 아버지 양진바오, 그리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서로에 기대어 곡진한 삶을 견뎌온 슈메이와 우차오.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이 먹먹해진다. 


인물들의 관계로 직조된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정서를 거칠게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리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들 속에서 느껴지는 인물들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끈끈한만큼 그리움도 깊다. 죽음의 두려움보다 앞서는 건 다시는 상대를 못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서로를 그리워 하는 인물들의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시종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건 그리움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위화는 작품에 결말에 이르러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건한 관계상을 제시하려는 듯 하다. 그리고 해답으로써 그의 시선이 머문 지점엔 사랑이 있다. 그립고 아파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리뷰를 마무리해가는 지금 작품을 읽고 느낀 감상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떻게 검열을 통과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중국 사회의 부조리한 온상을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사회비판적 감상은 잠깐 제껴두고서라도 지금은 이 먹먹함을 머금은 채로 있고 싶다. 작품에 어떤 말을 이어 달아도 진부한 표현이 될 것 같아, 리뷰는 이쯤에서 작품의 결말 부분과 함께 마친다.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은 결말이 될 것 같다.

그가 놀라서 내게로 몸을 돌리더니 질문을 던지듯 의혹에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가자, 저기 나뭇잎이 너한테 손을 흔들고 바위가 미소 짓고 강물이 안부를 묻잖아. 저곳에는 가난도 없고 부유함도 없어.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원수도 없고 원망도 없어. 저기 사람들은 전부 죽었고 평등해. "저곳은 어떤 곳인가요?" 그가 물었다.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 내가 대답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