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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학사의 거대한 흐름에 리얼리즘이 잉태된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손에 꼭 쥐어야 하는 중요한 코드는 '비판'입니다. 낭만만으로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팍팍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큼 현실 비판의 각을 세우는 데 효과적인 표현 방법이 없었죠. 리얼리즘이 막 태동하던 당시의 현실은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비판이 될만큼 수많은 모순을 안고 있었습니다. 


리얼리즘은 그 모순적인 현실을 효과적으로 적중시키기 위해 과녁을 오조준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궁수가 거리와 바람의 방향을 계산해 목표물이 아닌 허공을 겨냥하는 것처럼요. 비판의 파급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현실을 더욱 비틀어 그려내는 것이지요. 리얼리즘 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읽어보면, 세밀하고 깨알같은 묘사로 당시 시대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반면 지나치게 평면적인 인물들과 당혹스러울 정도로 모순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러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의뭉스런 속내를 보여주는 것 같이요. 리얼리즘 문학은 현실에 큰 빚을 지고 있기에 단순한 허구적 소설 속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습니다.


작품 <개의 심장>은 러시아적 리얼리즘의 배경 위에 집필된 미하일 불가꼬프의 중편소설입니다. 떠돌이 개, 샤릭은 사람의 뇌하수체를 이식 받습니다. 사람의 뇌하수체를 이식받은 샤릭은 예상과 다르게 점점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며 외양적으로는 사람의 용모를 갖춰갑니다. 샤릭은 주택관리소의 쉬본제르에게 사회주의 사상을 배우고 고양이 청소라는 이상한 공직까지 받게 되지요. 원래 개였던 주제에 인간인 척 행동하지만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언행으로 주변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결국 연이어 사고를 일으키던 샤릭은 강제로 다시 개로 돌아가게 됩니다.  


개가 인간 행세를 하는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리얼리즘'의 단서를 집어 들어야합니다. 다시 말해 당시 러시아의 역사적 맥락 위에서 작품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예요. 작품이 집필된 20세기 초, 러시아는 세 차례 굵직한 혁명을 겪습니다. 그 결과로 레닌을 위시하여 과격한 사회주의자들인 볼셰비키가 러시아를 집권하게 되지요. 혁명의 구호로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울부짖었으나 정작 혁명의 결과 노동자들에게 찾아온 현실은 여전히 변함없이 어두웠습니다. 


작품 <개의 심장>에서 작가 불가꼬프가 가장 공을 들여 부각시키고자 한 것은 작가 자신이 느끼던 혁명에 대한 위화감일 것입니다. '그래 니들이 옳다하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는데, 그리고 뭐가 나아졌지?' 현실 극복의 길인 줄 알았던 혁명. 그러나 그 이후에 긴장된 사회 분위기, 혁명만이 오직 하나의 답이라며 밀어 붙이는 과격함, 반혁명적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혁명의 배타성. 작가는 혁명 이후의 시대상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쉬본제르와 샤릭에게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주의를 과격하게 받아들인 샤릭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고압적인 태도 묘사에 날이 매섭습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줄곧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쉬본제르라는 인물이 등장 횟수는 적어도, 작가의 집필 의도를 이해하는 단서로서 비중이 큰 인물이라 보는데, 그의 직업이나 대화 방식 등의 사소한 요소들이 당시 러시아 사회상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직관적인 파악이 어렵더라구요. 피상적인 역사적 지식에 의지한 감상은 당대를 살았던 사람이 구체화한 역사의 촉감에 비교조차 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러시아인이었다면, 내가 동시대인이었다면' 하고 자꾸 가정을 하게 됩니다. 그랬더라면 작품이 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여러 이유로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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