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낮은산 작은숲 7
공진하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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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재현이도, 비장애인 다현이도 모두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재현이는 '벽이'라는 대화 상대를 만들고, 전동 휠체어를 통해 자신이 다닐 수 있는 세상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또한 장애를 가진 쌍둥이 재현이에 비해 축복을 받은 것 같은 다현이지만, 이 아이 역시 어찌 아픔이 없으랴. 오히려, 자신이 멀쩡한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도 있으리라.
재현이가 혹시라도 맘 상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모든 식구들...

결국 이 가족이 택하는 것은 장애를 장애로 그대로 인정하는 것!
재현이가 다 나으면 그때 가족 사진을 새로 찍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아픈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 상태의 기록을 가족 사진으로 남기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GO>에서 주인공이 얘기하듯, 도대체 이름이 뭐가 중요하며, 국적이 뭐가 중요한가! 마찬가지로, 장애/비장애의 구분 역시 가름을 통해 편리성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속성에 불과하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좀 못나 보이는 얼굴을 한 사람을 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와 우리 처,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그나마 이상하게 생기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은근히 말이다. 겉으로는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지 말자, 잘난 얼굴 못난 얼굴이 어디 있냐 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감사함이야말로, 이미 내 안에 가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아마도 어려서부터 길러온 인식의 태도 때문이리라.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은 감사하며 살고, 점차 다름을 다름으로만 인식하는 법,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차차 배워야 할 것이다. 참 힘든 일이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몫이리라.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고 서열을 매겼던 사람들, 사물들, 생명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저 다름은 다름일 뿐이다.

고마운 벽이, 재현이, 다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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