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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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소설은 뭐라 정의하기 참 힘들다.
다양한 장르를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있으며, 언제나 자기가 창조한 가상의 세계 안에 그럴 듯하게 인물을 배치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허구일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야기는 언제나 몇 겹으로 돼 있고, 결국에는 만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장을 덮고 나면 '사는 게 결국은 그렇지, 뭐!' 하는 탄식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런데 <스퀴즈 플레이>는 조금 다르다.
의식적으로 하드보일드 형사물의 정석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정석을 따라가고 있지만, 인물들의 전형성은 극대화 돼 있어서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고, 극의 결말을 대략 알 것 같지만,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이야기 구조에서 무릎을 탁 치는 부분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러한 뻔한 이야기 구조 자체가 세상이 '스퀴즈 플레이'(타자는 희생 번트를 치고 3루 주자는 순식간에 홈을 밟는 전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으며, 그게 가장 확실한 득점 방법인 상황이다.),  혹은 원제인 'hand to mouth'(근근히 살아가기)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고, 물고, 또 물려 있는 연관 관계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비열한 뉴욕 거리'를 잘 보여 주며, 마치 <말타의 매>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듯한 주인공의 과장된 유머와 객기는 제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씁쓸하지만 안타까운 대처법으로 보인다.

아직도 폴 오스터 소설 중에 안 읽은 게 많다. 그래서 즐겁다. 천천히 천천히 나른한 삶에 원동력이 돼 줄 수 있을 거 같다. 고마운 친구, 오스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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