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우프, 엄마의 이름 낮은산 키큰나무 3
사라 윅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낮은산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 한 편을 만났다.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도 않고, 억지 웃음을 만들어 내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되고, 볼이 상기되면서, 혹은 눈두덩이 달아 오르면서 촉촉한 기운을 느낄 수도 있다.
23개의 단어밖에 말할 줄 모르는 엄마, 이들을 거둬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옆집 아줌마(아파트 옆집인데, 문을 튼 구조다. <화양연화>의 구조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광장공포증(관장공포증이 아니다!!!)을 갖고 있어서,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다 전화주문으로 해결하고, 그걸로 해결 안 되는 것은 포기하고 산다.
열세 살 주인공 하이디의 유일한 친구는 역시 발달장애 비슷한 것을 안고 있는 잰더라는 아이다.
모두가 하나쯤 나사가 빠진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서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는 법을 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디는 엄마가 늘상 내뱉는 이상한 말 쑤우프, 라는 말을 비밀, 즉 자신과 엄마의 과거의 비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23장, 자신을 임신하고 있는 듯한 엄마와 외할머니인 듯한 사람, 나머지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요양원에 가면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뭐, 결말은 읽어 보면 알 것이고.
이 책의 신기한 점은, 나쁜 사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음에도 너무 착해서 얄밉게 느껴지는, 그런 억지스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이디에게 항상 찾아오는 행운이, 너무 우연이어서, 혹은 비상식적이어서 피식! 하게 되는 그런 행운이 아니라, 그래,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왔으면, 혹은 나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행운이 올 거야, 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무대, 몇 안 되는 인물들, 그러나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곳에 '퉁!'하고 울림을 준다.
성장 소설로도 읽히고, 약간의 추리가 들어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도 읽히고, 혹은 한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 있는, 탄탄한 이야기다!!!

다 읽고 나면, 아, 이래서 쑤우프, 라고 했구나, 라며 코끝이 찡해 옴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