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힘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1
지난 2016년 연말 즈음에 '욜로 북(YOLOBOOK)'이라는 것을 구매했다.
"평생 단 한 권의 기록"
"느리게 완성되는 나의 이야기"
홍보 문구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나만의 기록'을 평생 채워나가는 '일기책(Diary book)' 이었다.

#.2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해 10월 말에는 'Design My History'라는 것을 구매했다.
"10년 다이어리 전문 브랜드"
"Design My History는 내가 쓰고, 생각하고, 즐기고, 다짐했던 많은 이야기들과 10번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그 기록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내 인생을 다시 디자인하고 또 기억하며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 또한 '나만의 기록'을 10년 동안 써 내려가는 '일기책' 이었다.

그러나 2018년이 밝아왔어도 나는...
아직도 이 두 권의 '일기책' 모두에 글자 한 자 조차도 남기지 못했다.
'기록(記錄, Record)'을 공부한다면서 정작 나는....
지난 1년 동안 '나'를 기록하지 않고 '자기 기만(自己欺瞞)'을 해왔던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은 아주 적다

'자신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직한 변화를 글로 마음껏 표출하세요.'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든, 미래에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면서 그것을 노트에 자세하게 적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권하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이 제공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속에 공간을 만들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의 존재는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렇게 '자기 기만'을 지속해오면서도 나의 머릿속에서는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쟁이로 살아가고 싶다', '나의 아카이브(Archive)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는 한 줄기 작은 햇살이 비치는 듯 느껴졌다. '평생을 이어가는 글쓰기'에 대한 ABC가 이 책 하나에 담겨 있었다.


글쓰기는 자신을 검열하거나 억제하려는 일이 아니다

당신이 하는 글쓰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경험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짐으로써 치유와 화해의 길로 접어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남들이 당신의 글에 관해 뭐라고 숙덕거릴지 두렵다면 진솔한 글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데 있어 첫걸음이자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그간 '자기 기만'을 지속해왔던 것에 대해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않았으면서, 나 스스로부터가 마음속에서부터 자기검열과 감정 억제를 해왔으면서 무슨 글쓰기를 하겠다고 나서려고 했는가.


완벽주의는, 타성(惰性)은

완벽주의는 글을 쓰면서 반드시 물리쳐야 할 장벽이다.

타성은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막강한 장애물이다. 타성의 문을 열고, 장벽을 무너뜨리고, 나만의 공간 속에 들어가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아스라한 기억의 영토를 되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타성에 굴복하면 절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타성에서 벗어나려면 일상적인 습관에 저항하는 타격을 가해야 한다.

타성에 젖어있는 한 스스로의 삶에 한계를 부여함으로써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타성이 당신의 진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도록 그냥 놔두고 살 것인가? 아니면 당장 제거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갈 것인가?

어쩌면 지난 27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완벽주의'라는 그물에 사로잡히고, '타성'이라는 괴물 앞에 굴복한 채 살아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곧 '스스로의 삶에, 능력에 한계를 부여함으로써 아무것도 하지 못한 홍석천'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입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 이었다.


글쓰기로부터

글쓰기를 통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놓음으로써 살아오면서 받아온 고통의 짐을 내려놓는 것 말이다.

진정한 치유는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

더 나은 삶은 자기비판을 멈추고 자기 배려를 시작하는 데 있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나의 에너지를 이 순간을 위해 쏟아붓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나를 성장시킬 수 있고,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자기 기만'인 채로 '자기비판' 하면서 '어불성설'인 말만 늘어놓는 삶을 살아서는 내일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치유의 글쓰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책에서 저자는 나를 위로하는(치유하는) 데 있어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글쓰기가 있다는 것을 자신이 겪은 사례와 함께 곁들여 조곤조곤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작정 써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근거로서 작용하는 내용들과 함께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있으니 당신도 한번 시도해보라'라고 권한다.


내용이 무엇이든, 당신이 누구이든

내용이 무엇이든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삶 자체이며 표현할 필요가 있는 귀중한 글감이다. 따라서 일기장에 적어두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문제는 오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몇 개월 후에는 대단히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오늘 적어놓는 모든 것들이 현재의 당신에게 더없이 중요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당신의 소소한 감정까지 포함하여 뭐든지 일단 기록하라. 일상적인 약속을 간략하게 메모하는 것처럼 건성으로 적지 말고 감정을 동반해서 낱낱이 써라.

당신이 하는 것, 당신이 가진 것, 당신이 느낀 것,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당신을 과소평가한다며 모욕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지금 당장 써보라. 현재의 삶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쓰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긍정이다. 긍정이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을 갖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그동안의 문제는 이것이었다. 완벽주의와 타성의 끊임없는 압박 하에 '나' 란 존재에 대한 의심과 써야 할, 아니 쓸 내용에 대한 자기검열... 이는 곧 내 안의 새싹과도 같은 의지도 꺾고, 내 머릿속 생각 회로는 새싹이 자라나지 못한 황량한 황무지인 채로 살아온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가치관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렇게 걸어간 길 위에 남겨놓은 것들이 당신의 유산이 된다. 자랑스러운 일도 있고 부끄러운 일도 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의 삶을 구축하는 재료들이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솔직하게 마주하는 일은 당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적어놓는 것들에 관해 어떤 비판도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현 가능성을 따지며 비판하지 마라. 마음속의 풍향계가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든 그것이 바로 오늘의 당신 모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자기 삶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며 시간의 길 위에 남겨놓은 자신의 발자국을 긍정하는 것이 치유의 지름길임을 잊지 마라.

살아남은 자로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치유다.



이와 같은 내 안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단 하나, 하루하루를 사는 순간순간마다 끊임없이 '자문자답(自問自答)' 하며 기록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홍석천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나. 홍석천은 이 풍진(風塵) 세상사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가' 이 물음에는 영원히 '정답(正答)'이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그냥 단지 내가 스스로 묻고,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가감 없이 기록하고, 되새기며, 그것들이 곧 나 자신이 되고, 나의 삶이 된다는 사실을 매 순간 잊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홍석천'이라는 한 인간의 존재를 고유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완독하는 순간 절실해졌다.


세상을 그 자체로 보지 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보라

많은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신 안에 있는 축복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일기가 거기에 이르도록 도와줄 것이다. 글을 쓰면, 당신은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문을 열게 된다.


"글쓰기로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나란 존재에 대한 긍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과 그리고 나의 역사(History)를 쓰는 것'이다."
"이에 오늘부터 나는 '내 평생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니 '나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모든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결심과 함께 2018년부터는 '나' 홍석천에 대한 진본성 있는, 신뢰성 있는 무결성 있는 온전한 기록을 남길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겠다고 맹세했으므로..." - 에밀 졸라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는 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마음의 양식으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