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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개
하인리히 뵐 지음, 정인모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도주자]
하인리히의 매력은 스토리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 있다. 도주자는 결국 죽게 되지만 말 줄임표를 이용한 긴장감과 보좌 신부의 갈등하는 부분은 시선을 끄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죽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랑데부]
'나를 보내주세요' 라는 대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짧은 소설 속에 여운이 남는다.
[에서의 가족]
사랑 얘기다. 짧은 이야기 속에 등장 인물의 움직임은 크지 않다. 마음에 드는 것은 전기 공로를 만지작 거리는 그녀의 모습이다. 결국 '20페히니 밖에 안되는' '작은 베이클라이트 조각'이 끊어진 걸 알았을 때, 그녀와 그의 사이는 미묘하게 끊어져 있다.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독일 기적에 관한 일화]
적막한 수필 같다. ... 그리고 독일 기적이 뭔지 궁금하다. 그냥 기적이라고 해도 말이 될 것 같은데... 아마 비꼬는 말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파리에서 붙들리다]
영화를 줄여놓은 것 같다. 상당히 긴장감을 준다. 결말 처리도 깔끔한 인상을 남긴다.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를 사랑하는 세 분, 하느님과 당신 부인. 또 제 남편이 아마 우리를 용서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그의 이마에 재빠르게 키스했다...... 그는 밖으로 뛰쳐나와 달의 차가운 얼굴을 향해갔다.......' 그러나. 말줄임표. 이제는 짜증이 난다.
[창백한 개]
인상에 팍 남는 제목이다. 솔직히 제목을 보고 책을 선택했다. '옮긴이의 글'을 보면 뵐 문학의 영원하 모티브란 얘기를 한다. 이 소설에서 그 모티브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죽은 자는 더 이상 복종하지 않는다.]
짧은 글의 소설 안에서 한 컷의 사진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 봄 날, 나른하고 따스한, 휴식의 분위기를 주는 노랑빛. 제목 그대로 죽은 자는 더 이상 복종하지 않는다. 상사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는 병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