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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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집 중에 실린 단편 <러브레터>는 전에 최민식, 장백지 주연의 <파이란>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영화는 <러브레터>의 배경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꾸고 주인공의 상황과 성격 등의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를 상당수 바꾼 것이었습니다만, <러브레터>에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부분의 느낌은 그대로 살렸더군요. 바로 죽은 여주인공이 자신의 서류상 남편인 고로씨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아니, 러브레터라기 보다는 감사의 편지말입니다.

그 여주인공은 무척 가엾은 일생을 산 사람이었죠. 중국에서 타국 일본으로까지 건너와서 매매춘을 하며 가족에게 생계비를 보내며 살아가다가 병으로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은 가난한 여인이요. 주어진 상황으로 볼 때 그녀에게 인생이라는 것이 그다지 아름답거나 축복받은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낯선 타국의 여인에게 주변의 일본인들이 그녀에게 인정을 많이 베푼 것도 아니었을 거구요. 그런데도 그녀는 죽어가면서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서류상의 남편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그 중 당신이 가장 친절하다고, 왜냐하면 자신과 결혼해 주었으니까 그렇다고요.

사실 야쿠자인 고로씨는 그녀를 만난 적도 없거니와 그녀에게 조금만치의 동정심이나 친절한 마음도 가져 본 적 없었죠. 아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당연히 아내라고 생각해 본 적도 한번도 없었겠죠. 하지만 죽은 그녀가 남긴 감사의 편지는 그를 울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살아있을 적에 한번도 친절한 마음을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홀로 타국에서 죽어간 가엾은 그녀의 처지. 평생 외롭고 비참했던 그녀의 일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맑은 그녀의 마음, 그리고 그것을 이제 영영 잃었다는 슬픔이 그제서야 그를 흔들었으니까요.

무엇하나 해 준 것 없는 상대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미안한 일이 또 있을까요. 더욱이 그 사람이 너무나 힘든 상황속에 있던 사람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내가 마음만 있었다면 그 사람 옆에서 무언가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도 있는 처지였다면. 그런데도 그럴 생각조차 못했었다면. 더욱이 그 사람에게 이제는 무얼 해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져 버린 상황이라면...

고달프기만했던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고, 베푼 것 없는 주변 사람에게조차 많은 것을 받았다 여기고 고마워하며 삶을 마무리한 여주인공의 맑은 마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그녀는 참으로 고운 사람이죠. 그녀와 고로씨는 서류상으로만 부부였지 한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그래도 그녀가 죽어가며 남긴 그 편지로 인해 그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평생 사랑으로 감사함으로 애틋함으로, 평생을 부부로 산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렇게 소중하게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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