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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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작가의 “오픈 엑시트”를 읽었다. 제목답게 사회적 케이지의 탈출구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사회에는 케이지가 있으며 불평등한 사회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작가는 비록 과거이나 아직까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 특유의 ‘학벌-내부 노동시장-연공제’ 라는 케이지는 벼농사 체제라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키웠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위력을 발휘할 인공지능과 저출생 문제가 우리를 더욱더 강력하게 속박하는 케이지인 동시에 탈출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레즈비언 여성으로서 케이지를 인식은 하지만 탈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 내게 작가가 말하는 탈출구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열어야 하는 것이라고 들렸다. 하지만 책의 결론으로 나아갈수록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도 정부와 사회 차원에서 여러 탈출구를 만들어놓아야 가능한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탈출구라는 것은 막아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해방되면 남은 사람들과 사회는 도태되기 때문이다. 탈출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는 떠난 사람들에 관해 탐구할 줄 아는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입구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환대할 줄 알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떠났던 사람들도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을까.

글 중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부분은 작가가 던지는 물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수십 년을 개미같이 뼈 빠지게 일한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왜 이토록 엑시트 옵션이 부족/부재한 것일까? 우리는 왜 여전히 개인적으로 엑시트 옵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엑시트 옵션에 대한 집합적, 제도적, 정책적 고려는 연목구어일 뿐인가?’ 앞으로 인공지능과의 협업으로 케이지는 업데이트되고, 저출생으로 말미암아 케이지는 재생산될 것이다. 튼튼한 케이지에서 우리는 쉽사리 탈출하지 못할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케이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알아야만 하고 우리가 원할 때라면 언제든 나갈 수 있어야만 한다. 이 책은 케이지를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알기 위해서는 케이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탈출하기에 앞서 읽어야만 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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