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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 - 메를로-퐁티의 회화론
모리스 메를로 퐁티 지음, 김정아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역자건 편집자건, 이 책을 말랑말랑한 미술 에세이 정도로 보이게 만들려고 갖은 애를 쓴 것 같은데, 정작 책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의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애초에 이 책은 "번역본"이다. 번역본이라면 아무리 역자나 편집자가 미친 듯이 애를 써도 본래 가진 내용 자체를 바꿀 수 없다. 이 책은 원래 읽기 녹록한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말랑말랑하게 만들려고 기를 쓰지 말고, 원본에 충실하게 번역 및 편집했어야 한다.
마음이 급해서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놓고 읽다가 화가 나는 걸 몇 번이나 참았다. 그건 내가 급하니까 참은 거지만, 번역자건 출판사건, 이런 식으로 책을 뽑아내면 안 된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이 잘못된 큰 까닭은
1. 원본은 호흡이 긴 산문이다. 하지만 번역본에서는 멋대로 문단을 나누었을 뿐 아니라, 중간중간 '그럴 듯 해 보이는' 부분은 운문처럼 토막토막 끊어 편집했다.
2. 원본에서 괄호 안에 넣지 않은 부분을 괄호 안에 넣었다.
는 점이다.
게다가 본래 짧은 내용을 마구 문단을 나누고, 심지어 운문처럼 만들어서 분량을 늘린 다음, 쓸데없이 하드커버를 씌워 책값을 만이천원씩 받는 처사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이다.
편안히 읽을 만한,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미술 에세이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도 혼란만 가중될 것이고, 메를로-퐁티를 공부하느라 읽으시는 분들은 불어본이나 영어본을 같이 보시길 권한다. 하도 엉망으로 문단을 끊어 놓아서 갑자기 찾으려면 좀 힘드시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