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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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데프 보이스>의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

올해 초에 개봉된 영화 <증인>은 발달장애인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착한 영화였다. <용의 귀를 너에게>도 비슷하다. 둘 다 발달장애인들이 법정에서 살인목격을 증언한다는 점에서 아주 흡사한 구성을 띤다. <용의 귀를 너에게>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기본적으로 청각장애인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첫작품인 <데프 보이스>를 통해서 농인과 코다의 세계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또한 교훈적으로 전달한 바 있는데, <용의 귀를 너에게>는 이 구조 위에 발달장애를 하나 더 얹었다. 이 점에서 저자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용의 귀는 너에게>1개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2개의 사건을 부수적으로 전개한다. 1부와 2부에서는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인 농인들이 등장하고, 주인공 아라이가 사건수사에 수화통역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강도행위를 했다고 오해를 산 청각장애인, 그가 데프 보이스를 발화하는 게 얼마나 굴욕적인지, 그 지점에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되는 게 첫 번째 이야기다. 두 번째는 동료 농인들을 속이고 사기치는 한 청각장애인이 가해자로 등장하는데, 본래 그는 청인이었다가 어렸을 때 사고로 듣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데, 코다인 아라이와 언쟁하는 대목은 스릴러물을 뺨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가장 큰 틀을 제공하는 살인사건, 그 목격자는 초등학교 2학년의 에이치라는 이름의 소년이다. 그는 발달장애에 함묵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에게 아라이가 수화를 가르치면서,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토해내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이라는 한문이 이 합쳐진 연유를 설명하는 대목도 나온다. ‘용의 귀는 농인의 의사소통 언어, 수화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농인들을 위한 시설이 해마의 집’, ‘용의 아이의 집’, 이렇게 사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수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발달장애 아이의 세상과 대면하기, 이 소재가 아름답고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비록 <용의 귀를 너에게><데프 보이스>가 연작물이라해도, 따로 떼어놓고 읽어도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데프 보이스>가 워낙에 코다와 농인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해놓았기에, 그런 정보들을 반복하지 않았기에 <용의 귀를 너에게>만 읽는다면 감동이 좀 덜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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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다시 묻다 - 원점에서 생각과 믿음을 정리하는 한알의 밀알 44
도이 겐지 지음, 가미야마 미나코.홍이표 옮김 / 신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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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독교를 다시 묻다>는 일본의 신학교 교수가 쓴 책이다. 재밌는 것은, 염두에 둔 독자가 비신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저자는 신학부 학생들이 아닌 그 외의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한 내용을 토대로 기독교를 변증한다. 위대한 신앙인은 위대한 변증가라 하던가.

우선 좋았다. 일본이란 나라가 어떤 나란가. 애미니즘이라고 환원할 수도 있겠지만, 다신교적 배경이 강한 걸로 알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미신이라 치부하겠지만, 그들에게는 저마다가 신성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원령공주’, ‘포켓몬스터등 자연에 대한 비유를 적극 활용할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내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겠지만. 그런 일본 땅에서 기독교를 향한 시선은 어떨까 궁금했다. <기독교를 다시 묻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견해와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점이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정서의 문장과 논지가 몇 대목 있어서 와닿지 않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외에는 아주 좋은 변증서라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태도가 좋았다. 자신이 기독교를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며, 성실하게 비기독교인들의 비아냥에 귀기울이며 응답하려는 자세, 이게 참 멋있었다.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기독교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기독교 역사에서 전쟁이 있었지만, 또 다른 한면 병역거부의 역사 또한 기독교에서 찾아볼 수 있음을 소개해준다. 로마 백졸장 마르켈루스의 순교와 초대교부 터튤리안의 강렬한 권면이 인상적이었다. 마르켈루스는 군무를 거절하며 사형당했고, 터튤리안(테르툴리안누스)은 꽤 근본주의 성향의 학자인데 군사직을 내려놓고 순교당하라고 거침없이 말했다고.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와 기독교의 사랑, 신에 대한 물음, 예수의 부활의 새로운 의미 등등. 젊은 비기독교인들에게 적절하게 먹힐만한 해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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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 칸트 3대 비판서 특강 인간 3부작 1
백종현 지음 / 아카넷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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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 주춤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같다. 확실한 것은, 난해한 전문용어를 동원해가며 인문학적 지식을 은밀히 공유했던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주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것. ‘스페셜리스트(전문가)’보다 제너럴리스트(잡학박사?)’를 지향하며 쉽게 풀이한 말들로 소통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이가 그랬다.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가 그런 것이라고.

책에서 정보를 얻기보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고, 이제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 간소화된 지식을 취하는 데 익숙해졌다. 인문학과 철학을 별개의 것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문학이든 철학이든 모두 문턱을 낮추려 하고 있다. 얄팍한 디지털 인류로 남지 않으려는 몸부림일터. 백종현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시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백종현은 한국의 칸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칸트의 사상에 대해서 안내해준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백종현의 모습은 넉넉하고 포용적이다. 그는 칸트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칸트의 생애를 언급하면서 칸트를 너무 정확히 알 필요까지는 없다고 권한다.(41) 어째서인가. 칸트 역시도 레퍼런스(참고문헌)가 많았던 까닭이다. 어쩌면 이 지점이 내겐 가장 좋았다. ‘오독에 의한 창작말이다.(41) 칸트를 정확히 이해하기보다는, 칸트의 글을 읽으면서 그저 내 생각을 다듬으면 된다고, 그뿐이면 충분하다고, 사상사에서 거대한 인물인 칸트를 대하는 태도가 느슨해도 괜찮다고.

칸트를 오랫동안 연구한 백종현은 철학을 어떻게 정의내릴까. 두 가지만 언급해보고 싶다. 첫째, 한계를 아는 것, 둘째, 인류의 복지와 존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78) 비유를 섞자면, “여타의 학문들이 헛길에 들지 않도록 앞장서 등불을 들고 가는 시녀”(79)가 철학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다. 공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철학은 그것들이 인류의 복지에 봉사하고 있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칸트 얘기를 해보자.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질문을 붙들면 도움이 된다.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인간을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이 물음들에 대한 각각의 답으로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 그리고 <판단력 비판>을 저술했다.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전제해야 할 것은, 칸트 당시 계몽주의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이성에 빛이 비춰짐(enlighten)으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칸트가 말하는 순수이성이 그것이다. 신에 비해 인간의 이성이 리를 포착하는 데에 불완전할 수 있지만, 그 한계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칸트는 시작한다. 결과적으로는 자연과학적 지식만을 인간은 알 수 있고, 선험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한 것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칸트의 인식론이다. 여기서 통각이란 용어가 열쇠낱말이 될 것이다.

다음, 인간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그 답은 당연히 이어야 한다. 그것도 최고선’. 그렇다면 인간은 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중세시대에는 신과 교회가 정답을 만들어놓았으나, 칸트는 그것을 거절했다. 목사아들인데 교회를 탈출했다. 그는 교회가 아니라 인간의 자율성에서 의 근거를 찾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정언명령이 여기서 나온다. “-해야한다는 당위성으로 점철된 의무론적 윤리가 말이다.

마지막, 인간은 무엇을 해도 좋은가.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과 괴리가 있는데, 이 지점에서다. 인간은 쾌감을 느끼는 존재다. 특별히 적 감정을 느낀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서 칸트는 자연의 합목적성을 발견한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그런 자연을 모방해야 하고, 지상의 천국을 세우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마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성경의 주기도문처럼 말이다.

칸트의 철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향한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 속에 많은 현대인들은 시들어가고 있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취급하는 까닭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칸트의 질문이 시급히 필요하다. 좀비로 전락하지 않고, 진선미, 이성과 윤리와 미적 감각 지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말이다.

비록 대중친화적인 언어로 소통하려 했지만, 저자의 말은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정리한 내용조차 자신이 없기도 하다. ‘오독의 의한 창작이라고 너그러이 이해받으리라 믿으며 독후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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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가짜 하나님 죽이기 한알의 밀알 42
호세 마리아 마르도네스 지음, 홍인식 옮김 / 신앙과지성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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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한 병적인 개념설정의 심각성이 신을 공포 자체로 변질하게 하고, 인간은 신의 존재 앞에 공포, 두려움 죄책감과 당혹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42)

 

예수께서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신다고 선언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교회는 '부자유'한 복음을 전한다. 이는 하나님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들에서 기인한다. 우선은 교만이 문제일 것이다. “하나님에 대하여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나님의 신비를 존중하지 않는 것.”(16) 


오래전 포이에르바하라는 이름의 철학자는 "신은 인간의 투사"라고 했다. 인간이 머릿속에서 상상해서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이다. 이 명제 앞에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신앙인이 몇몇이나 있을까. 모세가 시내산에 수령받은 십계명에 의하면,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의 하나님, 아니 교회에서 전하는 하나님 상()을 맹목적으로 숭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은 목회자들의 문제가 크다. 교인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목사설교로부터 자립하지 못한 교인들도 문제다. <우리 안의 가짜 하나님 죽이기>는 교인들을 신앙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신학적으로 탄탄한 저술이다. 20세기 동안 축적된 기독교 신학의 튼실한 기둥들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 친한 목사님 한 분은 성경공부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좋은 선택이다.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삶의 태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면, 편협해진다. 성숙한 신앙을 갖지 못하게 된다. 부자유해진다. 근본주의 신앙,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로 인해 우리 모두가 불행에 빠질 수 있다. “옷이 더러워지면 자유해진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유아들을 다루듯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우리 안의 가짜 하나님 죽이기>는 신학적인 물음들에 대한 다양한 답들을 제공해줄 수 있다. 신정론, 하나님은 정의로운 분인가, 이 고전적인 질문들에도 응답해준다.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답을 제공해준다. 무엇보다도, 기적과 개입의 신, 고난의 신, 해결사-신 등의 성서 속 신의 이미지들이 지닌 문제점들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적극적인 의미에서, 성경의 언어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지, 지향점까지 해설해준다. 함께 토론하기에 이보다 좋은 신학서적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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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춤추라 - 예수의 삶을 살아낸 어른들의 이야기 밀알 아카데미 35
양혜원 외 지음 / 신앙과지성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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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기독교인들, 참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당하게 평가받지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사랑하며 춤추라>는 이름없이 빛도없이 섬긴 위대한, 그러나 소박한 우리나라 선배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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