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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순간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필두로 신화가 판을 친다. 특히나 만화책들이 나오면서 초등학생들이 정말 열광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릴 적 읽었으면 좀 달랐으려나? 아니다. 어릴 적에도 그리스,로마 신화는 실컷 외어놓은 이름의 주인공이 한 두장 책을 넘기면 죽어 없어지기에.. 그 이름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는데.. 커서 다시 신화를 읽으려고 하나, 그 역시도 쉽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영웅들의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지금의 신화 열풍이 이를 그냥 넘기기엔 뭔가 찜찜하다. 또한 이윤기 선생님의 특강 시간에 이런 얘기도 들었다. '나는 사양길을 가고 있는 소설가라는 직업과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번역가라는 직업과 그리고 절대 사양길에 들지 않을 신화연구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신화는 단지 그리스, 로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이다.' 흠~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느낀 적이 없는데..도대체 신화가 어떤 의의를 갖는다는 거야~
이제 별 수 없다. 다행히 친절하게도 20세기 최고 이야기꾼이자 신화연구가인 조셉 캠벨이 이에 대한 답변을 쓴 책을 써놓았다. 일부러 구해온 책의 책장을 넘기지만 쉬이 넘어가지도 않는다. 뭔가 동양의 선문답 같기도 하고, 추상적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꾹~ 참고 더 넘겨본다. 그러면서 때때로 놀란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신화가 준다는 거다. 예를 들어, 결혼의 의미에 대해 그는 원래 있던 둘이 합쳐지는 거란다. 이건 연애와는 다른 것으로 그들의 동질성을 발견한 둘이 만나는 것이고, 이것은 가슴이 일려준단다. 또한 4장에서는 중세의 운명의 바퀴를 가지고 얘기를 한다. 바퀴가 있고 그 위에 사람들이 있다. 바퀴의 왼쪽에는 정상으로 오르려하는, 야심의 눈빛이 타오르는 자가 있고 바퀴의 최정점에는 정상을 차지한 자가 교만한 여유를 부리고 있다. 계속해서 오른쪽에는 방금 정상에서 떨어진자가 자신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간신히 매달려 있으며, 맨 아래에는 아예 옷가지마저도 없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자가 힘없이 매달려있다. 그렇다. 바퀴 위에 있으면 삶은 굴곡이 있으나, 바퀴의 중심은 항상 한 가운데이다. 즉, 마음이 근본적으로 하고자 하는바를 따르면 흔들림없이 자신의 삶을 갈 수 있다.
특히, 그는 세계의 모든 사상, 모든 신화를 다룸으로써 한 종교만 다루었을 때의 편협함을 벗어난다. 종교를 빼고 그 사회의 역사 문화를 다루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종교를 잘 알지 못했기에 언제나 뭔가가 허전했다. 캠벨은 인도, 중국의 노장 사상에서 인디언들의 사상, 페르시아 전설,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상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세계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넓혀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이 책은 두고두고 옆에 두면서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라고. 나 역시, 삶의 경험을 하고 답답한 질문들이 생길때마다 이 책의 7가지 장을 다시 한번 들쳐볼 것이다. 경험의 의미를 묻기 위해.